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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여행지에서 드는 자괴감 극복하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by 세니seny

서울에서의 나는 모든 걸 척척 해내는, 실수 따위는 없는 나였다.


그런데 여행지에서의 나는 그야말로 호구. 말 하나 잘못 알아듣거나 미리 알아보지 않고 예약하거나 단순히 그냥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기 등. 일상생활 같았으면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벌어진다.


아주 작게는 기분이 나쁘다거나 약간의 금전적 손해를 경험하게 되는데 차라리 그런 거면 오히려 다행이지. 목숨을 위협할 만한 일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거다. 그러니 여행지에선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목숨이 달린 일이 돼버릴 수 있으니까.


유럽을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아님 장기여행은 처음이라 그런가? 실수연발이다. 출발 당일에 비행기가 탑승거절된 건 불가항력인 일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 치자.


겨우겨우 아테네에 왔는데 결제 사기를 당했다.


나는 부킹닷컴을 통해 포르투갈의 어느 숙소를 예약해뒀는데, 숙소에서 다이렉트 메시지로 내가 예약한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며 선결제를 요구했다. 외부 메신저를 통해서 온 것도 아니고 약간 찜찜했지만 뭐에 홀린 듯 하나뿐인 신용카드 번호를 고스란히 입력하고 말았다.


다행히(?) 약 5만 원이 결제된 거 빼고 아직까지는 아무 일이 없는 상황. (다행히 이 금액은 나중에 카드사에 이의제기를 해서 돌려받았다)


부킹닷컴 공식 메신저를 통해 받은 사기 링크. 저걸 누가 의심하겠냐고... (2024.04)


게다가 장기여행이라는 예산도 넉넉지 않은 상황을 망각하고 비싼 식당에서 무려 4만 원이나 되는 밥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 먹었는데-유로로 계산되다 보니 개념이 없었다-심지어 반 이상을 남겼다.


그랬더니 직원이 몇 번이나 포장해 줄까?라고 물어봤지만 다음 일정도 바깥을 돌아다니는거라 포장도 해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다 한식당에 가서도 비빔밥이나 먹을 것이지 무슨 만두에 두부김치까지 시켜서 반이상 남기질 않나. 어휴. 나 왜 이러니 정말.


아테네에서 이탈리아 팔레르모로 넘어올 때 저가항공을 이용했다. 그래도 짐이 있으니까 10킬로만 추가하면 되겠거니 하고 나름 미리 생각해서 짐을 추가했으나 인천공항에서 출국할 때 무게를 재보니 이미 캐리어만 16킬로였다. 5킬로만 추가하는 옵션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20킬로 추가했다. 내 10만 원. 엉엉.


그리고 또 뭐 있더라…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메인으로 쓸려고 챙겨 왔건만 해외에서는 충전이 안 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정확히는 충전하려고 하니 갑자기 인증하라고 뜨는데 것도 핸드폰 인증 하란다. 한국에서 인증이 떴어야지 이게 뭐냐고. 트래블 월렛 없었으면 진짜 개 망할 뻔.


시간이 흘러서 다시 시도해 보니 핸드폰 문자 인증 없이도 충전이 돼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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