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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아테네에서 어슬렁거리기

오늘의 순간들 : 멍 때리기, 카페에 앉아있기

by 세니seny

여행 4일 차. 이제 시차적응이 된 것 같다. 오늘은 정해진 일정이 없기에 여유롭게 움직이기로 했다.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나왔다.



이번 여행 테마 중 하나는 방문하는 나라 혹은 도시의 도서관을 방문해 보는 것이었다. 숙소 근처에 국립도서관이라는 곳이 검색되길래 설마 하면서 갔으나... 안에 사람은 있는데 문이 잠겨 있다. 혹시 몰라 건물 뒤쪽으로도 가봤는데 문이 없다. 다시 앞쪽으로 돌아오니 나 같은 관광객들이 서성이길래 물어보니까 문을 닫은 거(?) 같다고 하더라.


그리스 국립도서관 건물과 그 옆에 있었던 대학건물. (@아테네, 2024.04)



그리고 옆엔 대학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냐고 물어보니 실제로 학생들이 다니는지 'No, sorry'라고 했다. 힝. 그 옆에도 옛날에 플라톤이 세운 건물 있다고 해서 겉만 보고 버스 타고 아크로폴리스 쪽으로 이동. 버스 타니까 길은 좀 막혔지만 낮이라 그런가 사람도 없고 좋았다.



필로파포스 언덕에서 내려다 본 풍경. (@아테네, 2024.04)


이틀 전에 투어 하면서 지나쳤던 작은 언덕에 올라왔는데 여기만 올라와도 아테네 시내가 잘 보였다. 노을 보러 여기로 와야겠어. 시내를 바라보며 한참 앉아 있었다. 나는 유명한 관광지에 가는 것보다 이런 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내려오는 길에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터에 들렀다. 수천 년도 더 전에 이 자리에 모여서 토론을 하고 나처럼 서가를 거닐고 수많은 책들을 읽었을 사람들.


나는 여행에 갈 때마다 책을 챙기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전자책을 미리 구입해 다운받아 놓는 것으로 여행 준비를 한다. 전자책을 담긴 핸드폰을 들고 고대 도서관 흔적 위에 서있는 이 아이러니. 고대의 책은 불타거나 전쟁에 의해 사라졌지만 전자책은 그렇지 않다. 다른 방식으로의 소실은 분명 있겠지만.



베트남 음식점에서 그리고 카페에서. (@아테네, 2024.04)


점심으로는 미리 점찍어둔 베트남 식당에 찾아왔다. 가게에 들어와서 만두에 콜라에 쌀국수까지 시켜서 야무지게 먹었다. 며칠 내내 뭘 먹어도 배는 부르지만 속이 빈듯한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식사를 한 듯한 느낌이 든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갔다. 오랜만의 커피다. 반만 마셔야지. 커피를 홀짝거리며 전자책으로 담아 온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읽는다. 양이 워낙 방대해 여행 내내 읽겠다. 한가로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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