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호스트와 소통하기
여행을 하면 숙박을 하게 되는데 여러 선택지가 있다.
1. 호텔
2. 호스텔
3. 친구네(아는 사람) 집
4. 에어비앤비
5. 카우치서핑
6. 텐트? 노숙?
이중에 나는 1,2,4번을 주로 돌려가며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유럽여행할 때는 보통은 혼자 호텔에 머물렀는데 이번 장기여행 같은 경우는 경비를 절약해야 해서 호스텔 다인실에 주로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만큼은 내가 프랑스어에 관심이 있으니 프랑스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그래서 1박 정도 할 때는 호스텔에 머물렀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현지인과 함께 하기 위해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파리에서 6박, 님에서 3박을 현지인 가족과 함께 사용하는 숙소를 예약하게 된 것이다.
그중 파리 숙소는 내가 예약하면서 한국인이고 프랑스어에 관심이 있으며 두 달 동안 유럽여행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더니 반갑다면서 자신의 막내딸이 한국에 가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관심이 많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래서 딸내미와 대화할 것을 살짝 기대하고 있었다.
마침 첫날 숙소에 도착했더니 가족 구성원이 큰 딸 빼고는 다 있어서 소개를 받았다. 알고 보니 막내딸이라고 소개한 딸내미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 되는 앳된 어린이였다. 그런데 엄마한테 주의를 받았는지 원래 부끄럼을 타는지 모르겠으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니까 부끄러워서 피하길래 대화다운 대화는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알잖는가. 여행자의 습성을. 특히 한국인 여행자의 습성을. 아침에 일찍 나가서 하루 종일 도시를 돌아본 뒤 밤늦게 돌아온다. 다음날, 또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는 것의 반복.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힘들게 휴가내서 갔는데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싶어 하는 한국인(?)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스케줄이다.
그래서 그렇게 5일 내내 여행을 하고 났더니 어느새 여행의 막바지가 다가오고 있었다. 호스트랑도 거의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내가 밤 12시쯤 들어가면 이미 다 자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날은 어차피 짐도 싸야 하니 일찍 들어올 거고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호텔도 아닌 에어비앤비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이점이 바로 이런 거잖아? 관광지에서 짧게 스쳐간 대화가 아니라 호스트 가족과 앉아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그래도 나는 그 막내딸이 궁금했다. 한국에 관심이 있다고도 하고 내가 하루도 아니고 자그마치 6일이나 머무는데 그 애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호스트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나 : 막내딸이 한국에 관심 있다고 했잖아요? 내가 토요일 저녁에는 다른 날과 달리 숙소에 좀 일찍 들어갈 예정이라 저녁 8~9시 정도엔 도착할 거 같아요. 나는 괜찮으니 혹시 따님이 괜찮다고 하면 나랑 같이 앉아서 한국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면 대답해 주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요.
호스트 : 오케이, 딸에게 물어볼게.
호스트는 기뻐하면서 물어봐주겠다고 했는데 딸이 너무 좋아한다고, 오케이 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만나기로 약속한 마지막 날 저녁.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곧 도착한다고 메시지를 남기니까 딸내미 하고 딸내미 친구도 같이 와있다고 했다. 30분이나 했으려나,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프랑스 중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자세한 대화 내용은 다음번에 다른 테마의 글에서 소개하려고 한다.
평소의 나답지 않게 먼저 용기를 내서 호스트에게 의사를 물었는데 K-POP을 사랑하는 소녀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만들어져 기뻤다. 에어비앤비의 순기능이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면서 나도 서울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를 꿈꾸게 되었다.
숙소만 덜렁 빌려주는 호스트 말고 방 하나를 내주면서 그 친구도 한국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고, 나도 그 친구나 그 나라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고 서로 알려주는 에어비앤비의 본래 목표에 부합하는 호스트가.
혼자 지내면 좋을 때도 많지만 외로울 때도 많은데 그런 면에서 돈도 벌고 외로움도 해소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오는 여자 여행자만 받으면 딱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