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햇볕 쬐며 영불대역판 소설책으로 프랑스어 공부하기
드디어 점심시간이 됐길래 베르시 빌리지에 있는 한식집으로 고고.
떡볶이만 먹을까 고민하다 떡볶이+돈가스 세트가 있어서 3유로 더 주고 세트를 시켰다. 나는 떡볶이가 더 먹고 싶었는데 나온 걸 보니까 돈가스가 메인이고 떡볶이는 사이드 느낌.
나는 정확히 그 반대를 원했는데. 그래도 떡볶이는 안 맵고 괜찮았고 돈가스도 두껍지 않아서 맛있었다. 배부르게 잘 먹었다. 하지만 한국 가서 떡볶이만 조져줄 테다.
그리고 베르시 공원으로 고고. 시네마테크 건물이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영화관이나 전시회는 따로 돈을 내야 하는 거 같아서 그냥 건물만 보고 공원으로 넘어왔다.
우리나라는 공원이라 하면 공원 끝이 보통 한눈에 들어오는 정도의 크긴데 여기는 보통 반경 한 1km는 되는 듯하다. 보통 공원이라고 부르는 곳들이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공원보다는 숲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파리가 서울보다 훨씬 작은데도 큼직큼직한 녹지는 더 많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햇빛 잘 드는 의자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불 대역판 공부를 시작했다. 대충 한 페이지 보는데 30분 정도 걸리네. 하하하. 겨우 3.5페이지 정도하고 일단 오늘은 끝. 앞으로 님 Nimes-프랑스 남부지역의 도시 이름-에선 시간이 남을 거 같으니 그때도 좀 더 해야지. 과연 여행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싶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는 걸로 하자.
오후 세시의 햇살은 매우 뜨겁다. 안 그래도 시커멓게 탄 손이 또 타겠네. 이제 영화 예매 시간이 다가오니 슬슬 일어나 볼까. 이제는 프랑스어 듣기 하러(=영화 보러) 간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데 음악 듣는데 자꾸 끊긴다. (이게 조짐이었던 건가...?) 영화관 들어가기 전에 영화 줄거리 검색하고 가야지 했는데 까먹고 그냥 갔다. 그보다 문제는 들어와서 영화 시작하기 직전에라도 검색하려고 했더니 이게 또 안 되는 거다. 그래, 영화관이 지하라 그런가 보다 하고 영화 보기 시작.
오늘 본 영화는 프랑스명 <bleue amis>로, 한국어로는 <이프(If) : 상상의 친구>로 개봉했다. 물론 풀 프랑스어 더빙이라 50% 이상은 못 알아듣는 데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 중간에 졸았다. 그래도 일어나서 몇 마디 알아듣고 화면으로 내용 이해를 하면서 눈물도(?) 흘렸다. 한국 가면 다시 봐야지.
사실 불 꺼지니까 프랑스어로 영화가 나온다는 거 빼고는 그냥 한국 CGV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여행 중이라 항상 긴장하고 있고 모든 상황이 처음이고 새로 배워야 하고 낯선 느낌이라 힘들었다.
하지만 영화관에 들어와서 이렇게 어두컴컴한 곳에 앉아있으니 익숙한 곳의 느낌이 나서, 그냥 일상을 사는 느낌이라 대부분의 프랑스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좋았다. 프랑스어는 내가 아예 모르는 언어도 아니고 애정을 갖고 있는 언어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