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의 추억 떠올리기

여행을 일상에 녹이는 방법

by 세니seny

(2021년 시점에서 쓴 글입니다.)


여행을 특히 그중에 해외여행을 추억하는 방식엔 여러 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다들 많이 하는 사진 찍기, 동영상 찍기 혹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리 녹음 등이 있다. 현지에서 파는 엽서를 사 오기도 하고, 기념품, 마그넷, 인형, 먹을 거 등을 사 오기도 한다.


나는 그중에 현지에서
화장품 같은 생필품을 사 온다.


화장품이나 로션은 기본적으로 항상 필요한 것들이다. 다행히 내 피부는 아주 예민하지 않아서 아무 화장품이나 발라도 괜찮다. 그래서 로션 같은 건 한 브랜드에 정착하지 않고 이것저것 쓰기도 하고 바디로션을 얼굴에 바르기도 한다. 그래서 해외여행에 갔을 때 그 나라에만 있는 브랜드에서 나오는 로션, 바디워시, 바디로션, 핸드크림 등을 사 온다. 비싼 명품 같은 거 말고 현지 사람들이 많이 쓴다는 그런 것들로.


P1120870.JPG 오스트리아 소금광산에서 사온 것들.
P1120869.JPG 독일 dm에서 사온 로션과 각종 허브티.
P1080932.JPG 샴푸와 각종 로션 그리고 과자들도.


솔직히 사 올 땐 무거워서 후회한다. 하지만 어차피 생필품이라 한국에서 살아도 사야 하는 것들이다. 그렇게 힘들게 사들고 온 것을 집에서 하나둘씩 꺼내어 쓴다. 아, 이건 헝가리 갔을 때 산 크림이지, 이건 크로아티아에서 산 유명하다는 장미크림이지? 하며 여행의 추억을 한 번 떠올린다. 또 영국에서 사 온 바디워시로 샤워를 하고 폴란드에서 사 온 지아자 바디 로션을 바른다.


우리나라의 올리브영과 비슷하게 영국엔 Boots [부츠]라는 다목적샵이 있다. 현재는 우리나라에 잠시 들어왔다가 철수한 상태다. 아무튼 내가 영국 여행을 갈 당시엔 Boots가 우리나라에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 가면 꼭 사 와야 하는 목록에 Boots에서 파는 제품들이 있었다. 하필 여행 코스 상 영국이 제일 먼저 여행하는 나라였는데 생필품 쇼핑까지 고려해서 여행 스케줄을 짤 수는 없었으므로 첫 목적지인 영국에서부터 무게가 나가는 바디로션과 바디워시를 사서 여행 내내 짊어지고 다녔다.


여행 갔다 온 지 한참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동안 쓰던 바디로션이 다 떨어져서 여행지에서 사 온 로션을 꺼내보기로 했다. 다른 나라에서 사 온 것들도 있었지만 영국에서 사 온 바디로션을 써야겠다! 하며 제품을 뜯었다. 향도 너무 좋고 꾸덕꾸덕하고 좋았다. 그런데...


로션을 바르고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피부가 따갑고 난리가 난 것이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며칠간 사용을 중지했다가 써봤는데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그렇게 비싼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행지에서 사 온 건데 영영 못쓰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억울해하던 그때. 제품을 손에 쥐고 상품 겉면에 영어로 되어 있는 설명을 정말 자세히... 자세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내가 바디로션인 줄 골라왔던 그것은 로션이 아니라 샤워할 때 쓰는 바디워시였던 것이다(!)


그걸 로션인 줄 알고 맨살에 치덕치덕 발랐으니 당연히 따가울 수밖에 없었던 거지. 오히려 안 따가우면 이상했을 뻔(?). 게다가 난 바디로션을 얼굴에도 바르는데 얼굴에도 발랐더니 얼굴까지 따가워서 난리도 아니었다.


폴란드나 네덜란드, 헝가리에서 사 온 화장품같이 내가 모르는 제3세계 언어로 표시되어 있는 경우는 내가 모르는 나라 말이니까 제대로 못 읽었어도 그렇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영국에서 사 온 거니까 제품에 표시된 언어는 영어였다. 영어. 너도 알고 나도 안다는 그 영어. 아이고 멍청아 ㅋㅋㅋ 헛똑똑이 인증 제대로 했다.


이게 로션 제품과 바디워시 제품이 둘 다 있어서 나는 바디워서 하나, 로션 하나 이렇게 구입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두 제품의 디자인이 매우 비슷했고 나는 가게에서 당연히 그렇게 구입했다고 믿어왔었기에 의심 없이 그걸 바로 몸에다 발랐던 것이다. 그 뒤로는 화장품을 뜯기 전에 유심히 내용물을 체크하곤 한다.


그렇게 몇 년간 유럽여행을 하며 이것저것을 사 오다 보니 몇 년째 쓰지 못하고 화장품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코로나의 순기능인지(?) 근 2년간 여행을 못 가다 보니 여행 추억을 되새기며 화장대에 재고처럼 쌓인, 여행에서 사 온 화장품들을 하나둘 꺼내 쓰기 시작해서 이제 재고가 많이 소진되어 가고 있다. 한 번도 이 창고가 빈 적이 없었는데 과연 이 재고가 떨어지기 전에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화 <입술에 노래를>을 보고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