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1개월 차의 생활패턴 분석
2024년 7월 어느 날의 이야기.
퇴사한 지 3개월 차. 하지만 퇴사하자마자 두 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왔으니 실제 백수생활은 1개월 차라고 볼 수 있겠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고 일어나는 시간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래서 회사 다닐 때와 달리 생활패턴이 확 바뀌어 버렸다. 언젠가 취업이 될 텐데 그때를 대비해 아무리 정상궤도로 돌아가려고 해도 잘 안 돼서 일단 포기하고 이대로 한 달째 사는 중이다.
원래 계획이자 목표는 아래와 같았다.
1. 7:00-8:00 사이 기상 및 간단히 아침 먹기 (평상 회사 다닐 때와 동일)
2. (남들은 8-17시 근무하는데 나는) 8-17시 공부 (12-1시 : 점심시간)
3-1. 월수금
17-17시 30분 : 나갈 준비
17:30-18:30 수영장으로 이동
18:30 수영장 입장
19:00-19:50 수영
21:00-22:00 집 도착 및 저녁식사
22:00-24:00 개인 자유시간
24:00 취침
3-2. 화목
1,2번 동일
17:00-19:00 공부
19:00-20:00 걷기 또는 러닝
20:00-21:00 씻고 저녁 먹기
21:00~ 개인 자유시간
저녁 먹고 자기 전까지는 개인시간을 가져야지. 유튜브도 보고 책도 좀 읽고 그동안 머릿속으로 상상해 왔던 프로젝트에 대한 준비도 하고 이번에 배워온 포르투갈어 공부도 해야지 했으나 현실은...
일단 이 모든 것을 계획대로 하려면 밤에 일찍, 까지는 아니더라도 12시쯤엔 잠들어야 한다. 그런데 밤에 잠이 안 온다.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이다 이러다 날 밤 새겠는데? 하다 새벽 세네시쯤 겨우겨우 잠이 든다. 그러면 대략 아침 10시~11시쯤 기상하게 된다. 아침 이미 다 날라갔규.
급하게 아점을 먹거나 조금 일찍 일어난 날이면 아침을 먹고 공부를 시작한다. 문제는 밥을 먹고 공부를 하면 졸리다. 의자에서 바로 뒤돌면 침대가 날 기다린다. 그래, 이대로는 공부해도 뭣도 안 된다. 딱 10~15분만 쉬자고 눕는다. 그리고 눈 뜨면 두세 시간이 지나있는 마법. 다시 자책하면서 아까 하다 만 공부를 시작한다. 수영 가는 날이면 공부하다 말고 수영 갈 준비를 하고 아닌 날은 계속 keep 공부-ing을 한다.
수영 다녀오고 나면 몸이 나른해져서 공부하기가 더 싫다. 그리고 원래 수영 다녀오면 몸이 피곤해서 잠이 쏟아지게 마련인데 애초에 아침부터 늦게 일어난 데다 낮에 일을 안 해서 그런지 수영을 하고 왔는데도 졸리지가 않다. 내가 수영을 아침에 할까 저녁에 할까 저녁으로 밀어놓은 건 분명 수영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졸음이 쏟아질 거 같아 자연스럽게 저녁에 배치한 건데.
그래서 원래는 밤시간은 나의 자유시간이었으나 낮에 공부를 많이 못했기 때문에 밤에 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고 나면 새벽 2~3시가 된다. 이제야 슬슬 졸려온다. 그러고 나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에 쓰려고 남겨둔 시간이 없다.
그런데 낮이 아니라 초저녁쯤 잠들게 되는 날도 있다. 차라리 이대로 아침까지 쭉 자면 아침에 굉장히 개운하게 깨고 그러면 그걸로 하루를 시작해도 되지만 꼭 깬다. 그렇게 낮잠을 자다 깨면 밤 9,10시다. 시간으로는 두세 시간밖에 안 잤지만 아주 푹 잤기 때문에 새벽 3,4시까지도 잠이 안 와서 결국 5,6시까지 뜬 눈으로 날을 새게 된다. 그리고 여름이라 이미 밖은 밝아져 있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초저녁에 잠이 들어 자버리는 바람에 밀린 것들이 있어서 공부하고 났더니 새벽 4시였다. 그러고도 일단 침대로 오긴 했는데 잠이 올리 만무하다.
마침 내일이 토요일이기도 하고 (나도 토요일엔 공부 시간이 좀 느슨해진다) 사람들 추천이 자자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조조로 볼까 생각했다. 나에게 7:30과 9:30 이렇게 두 개의 선택권이 있었다.
나에게 조조영화란 저녁에 푹 자고 다음날 아침에 일찍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 이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려면 조조영화 마감 시간인 10시에 가까운 영화를 고르면 되니 9:30이 정답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새벽 0시부터 이미 깨어 있는 상태. 차라리 아침에 더 빨리 시작하는 영화가 있다면 빨리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게 낫다.
여기서 조금만 더 버티고 씻고 머리 말리고 준비해서 나간다면 7:30에 시작하는 영화를 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혹시 계속 잠이 안 온다면 이 상태로 조조영화를 보러 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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