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하는 건 힘들지만 너는 어떻게 컸을까?
힘든 거,
안다.
부모님 모시고 여행한다는 것은.
나도 딸이니까 딸의 입장을 대변해 보자면..
직장 다니는 딸의 입장에서 못해도 유럽 여행을 오려면 최소 5일은 휴가를 써야 한다. 이렇게 휴가를 길게 쓰고 오려면 아무리 동료가 일을 봐준다 해도 미리 끝내고 와야 하는 일도 많고 분명 여행 오기 전까지 야근도 많이 했을 거다. 그렇게 본인도 오기 전까지 일하고 여행 알아보느라 지친 상태에서 왔는데 부모님 반응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고 또 한국에서 세운 계획대로 하려다가도 부모님 체력이슈나 교통상황 등으로 인해 안 되는 경우도 있겠지.
여기서 부모님이, 너희 아빠가 스페인을 오고 싶어서 오신 게 맞는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들었다. 원래 부모님들은 그런다. 부모님한테 요즘은 혼자 여행 가는 거 어려운 일도 아냐~ 스마트폰만 있으면 다 돼~ 엄마(아빠)도 혼자 여행도 다녀보고 그래야지~ 라지만...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어른들이 해외로 여행을 혼자 가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다. 너도 나이 먹으면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다시 오기 힘든 여행지라고 패키지처럼 이거 저거 다 넣으면 안 돼. 선택과 집중이란 단어 알지? 그게 필요해. 아버님도 취향이 있으시겠지. 따님이 너무 자기주장만 하고 목소리도 큰 통에 내 귀가 고통스러워서 빨리 후딱 먹고 한 시간도 안 돼서 나와버렸다. 애초에 여행 세팅이 잘못된 느낌.
만약 우리 아빠 같았음 내가 절대 저렇게 못 아니 안 하는 게 만약 내가 저러면 우리 아빠는 백퍼 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까 쟤처럼 막 퍼부을 수도 없다. 아버님도 조곤조곤하게 말씀하시니까 딸이 믿고 막 뭐라 하는 거겠지. 비빌 언덕 보고 비비는 거니까.
그리고 부모님 세대는 우리랑 다를 수밖에 없다. 먹고사는 게 1순위고 사느라 바빴으며 노는 건 죄악시되었다. 그러니 여행이 삶의 필수 요소라거나 꼭 즐겨야 한다라는 개념을 가진 어른들이 많지 않다. 여자애는 나보다 어려 보이긴 했지만 부모님 나이는 우리 부모님과 크게 세대 차이는 안 날 것이기에 비슷할 거라 본다.
여행 와서도 돈이 아깝네, 어쩌네 하지만 당신들도 여행하는 거 싫어하지 않는다. 당연히 가족과 함께하면 더더욱 그렇다. 딸이 고생하는 걸 알기에 더 뭐라 못하는 거니 부모를 배려해야 한다.
너 어렸을 때, 말 배울 때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에서 그래도 뭐라도 되게 만들어준 거, 그거 너네 부모님이야. 너 혼자 큰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