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옆집에는 귀여운 할아버지 한 분이 삽니다
이웃이라...
아파트에 살아도 문을 열어놓고 살았던 시대 혹은 아파트여도 앞집, 옆집, 위아래집이 서로 교류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였다면 그래도 그들을 이웃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멀리 사는 친척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낫다'라고 할 때의 그 이웃.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그러니까 그래도 어언 30년 전이네? 아무튼 그때만 해도 그런 분위기는 아직 남아있었다. 층간소음도 물론 있었지만 위아래집 사정을 조금은 아니까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고 넘어갔다.
윗 집이 좀 시끄러우면 '명절이라 친척들이 왔구나' 혹은 '주말이라 누가 놀러 왔구나' 싶어 참고 넘어가는 거다. 물론 우리 집이 시끄러워도 다른 집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층간소음이네 뭐네 하면서 싸우거나 그 집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솔직히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서 인사를 한다고 해도 몇 번 인사하고 나면 또 이사를 간다. 보통 자기 집이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차피 인사 몇 번하면 이사 갈 거 서로 정을 쌓지 않는다. 그 외에도 여러 이유로 교류는 잘 안 하게 된다.
나는 현재 복도식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서 우리 집 양 옆으로 이웃이 있다. 나는 2호에 살고 있어서 나의 이웃은 1호와 3호이다. 우리 집 왼쪽에 1호가 있는데 여기는 아무래도 노인분이 혼자 사는 거 같았다. 내가 5월 말쯤 이사 오고 6월이니까 바로 여름이 되었다.
그런데 그분이 낮에는 항상 현관문을 살짝 열어두고 사셔서 그 소리가 바깥으로 다 들리는데 그 소리를 듣고 눈치를 챘다. 그래도 직접 얼굴을 마주칠 일은 딱히 없었는데 몇 달 정도 살다 보면 한 번은 지나가다 마주치게 마련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딘가 나갔다 들어오는 길이었는데 경비 아저씨인지 뭔지 웬 할아버지가 복도를 쓸고 계셨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나는 우리 집에 들어가려는데 그분이 나한테 알은체를 한다. 뭐지? 알고 보니 이분이 1호에 사시는 분이란다.
정말 이런 말 하면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체구가 작고 귀여운 할아버지셨다 ㅎㅎㅎ 나도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나와 비슷하거나 그보다도 더 작은 체구. 그런데 무엇보다 인상이 되게 귀여우셨는데 굳이 표현하자면 웃상 할아버지,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먼저 인사를 하시길래 제가 옆집에 이사 온 사람이라고,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다음부터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복도에서 만나면 인사정도는 하고 지나갔다.
또 그렇게 몇 달이 흐른 어느 날.
어느새 여름이었던 계절도 가을로 넘어가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이미 퇴근시간만 돼도 어두워지고 집에 올 때면 이미 어두워져 있다. 심지어 나는 그날도 야근한다고 저녁을 먹고 왔는지 하여간 집 앞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8시가 넘어가는 시각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복도를 걸어 우리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우리 집 앞에 사람이 있는 거 같다. 자세히 보니 옆집 할아버지다. 뭐 하시는 거지? 하고 봤더니 쭈그리고 앉아서 벽에다 뭔 작업을 하고 계셨다.
알고 보니 내가 사는 곳은 복도식 아파트라 수도계량기가 복도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게 동파될까 봐 보호막 같은 걸 붙이고 계셨던 거다. 그러고 보니 아까 아파트에 들어오면서 본 우편함에 집집마다 우편물도 아닌 기다란 무언가가 꽂아져 있길래 뭔가 했었다.
다만 우리 집 우편함에는 없어서 뭐지? 하고 그냥 들어왔는데 그 긴 것의 정체가 그거였다. 관리사무소에서 각 집집마다 붙이라고 나눠준 수도계량기 동파방지용 커버였다.
그런데 우리 집 것만 없었던 이유는 할아버지가 내 거까지 붙여준다고 가져오셔서 본인집 거 붙이고 내 거를 붙이는 중이었던 거다. 아니, 할아버지 제가 해도 돼요, 하는데 이미 거의 작업 다 끝나셨다.
내가 여기서 한 5분? 10분?만 늦게 왔어도 절대 안 마주쳤을 텐데 어떻게 내가 딱 오는 그 시간에 맞춰서 작업을 하고 계셨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정말 우연이지.
그러면서 할아버지 왈, 옆집 사는 내가 아직 이 시간까지도 집에 안 들어온 거 같아서 자기 집 거 하는 김에 자기 딸 같아서 내 거도 붙여주는 거라고 하셨다. 연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뭐라도 드렸어야 했는데 집에 음료수 하나 아니 요구르트 하나도 없어서 드릴 게 없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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