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아파트 이웃 잘 만나기 (하)

1년 뒤, 옆집에 따뜻함을 전하다

by 세니s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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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대략 1년 뒤.


어느 날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편함에 익숙한 것이 보인다. 올해도 역시나 수도계량기 동파 방지를 위해 각 우편함마다 동파방지용 커버가 꽂아져 있었다. 이제 날씨가 쌀쌀해졌다는 증거구나. 우리 집은 1층이고 우편함 하고도 가까워서 일단 집에 들어가서 짐을 놓고 나와서 붙이기로 했다.


집에다 짐을 놓고 다시 우편함 앞으로 와서 우리 집 우편함에 들어있는 커버를 꺼내서 복도를 지나 걸어왔다. 그런데 우리 옆집인 1호 할아버지네 것도 그대로 우편함에 있었지? 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작업은 간단했다. 이미 양면테이프가 4면에 다 붙어져 있어서 양면테이프 4면의 테이프 겉면을 뜯어낸다. 그리고 수도계량기를 잘 가릴 수 있도록 맞춰서 붙여주면 된다. 작업은 3분도 안 돼서 끝났다. 작년에는 직접 해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생각보다 간단한 작업이었다.


옆집 할아버지가 집에 계신지 안계신지 혹은 이따 오후에 나오실지 아님 내일 집밖으로 나올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작년에 받았잖아, 그 고마운 마음. 그럼 돌려드려야지.


마침 나에겐 시간도 충분했고 그렇게 어려운 작업도 아니어서 다시 우편함으로 갔다. 그리고 1호 우편함에 들어가 있는 계량기 덮개를 가져와서 옆집 수도계량기가 잘 덮이도록 붙였다. 작업 끝. 아마 할아버지는 이걸 보면 알 거다. 우리 옆집 아가씨가 이걸 붙여 놨겠구나, 하고.


할아버지는 나보고 내가 자기 딸 같아서라고 했지만 (ㅎㅎ) 가끔 보면 따님분 가족이 근처에 사는지 주말에 자주 오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 꽤나 큰 손주까지 데리고 오는 거 보면 아무래도 나보다 따님이 훨씬 연배가 있어 보이셨다. 그러니 이분은 거의 우리 할아버지뻘 나이가 되실 거 같다.

어쨌거나 젊은 아가씨가 맨날 아침에 일찍 나가고 늦게 퇴근하는 걸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오지랖 좀 부리신 거 같다. 그래서 나도 평소에 안 부리는 오지랖을 좀 부려봤다.


내년 수도계량기 동파 작업할 때는 이 집에 안 살 가능성이 농후해서 이번이 마지막 작업이겠지. 1년 전부터 마음 한 편에 고마움과 약간은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는데 그 마음을 돌려주고 표현할 수 있어서 또 옆집에 누가 사는지 정도는 알고 안심하고 지낼 수 있었다. 또 그동안 잊고 지낸 따뜻한 이웃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 또한 그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고마운 하루였다.


감사합니다.
옆집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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