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2024년 시점의 글입니다.
나는 현재 오래된 구축아파트에 살고 있다. 지하주차장은 없다고 보면 된다. 실은 있긴 있는데 코딱지만 하고 어두컴컴하며 결정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동과 멀어서 이용할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으로 야외주차가 된다. 여기서 문제는…
새똥을 피할 것이냐?
이중 주차를 피할 것이냐?
그래서 주차의 달인(?)이 되지 않으면 그나마 자리가 넉넉하게 비는 낮 시간에만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잘못했다가는 그날 주차를 못할 수도 있다...^^
다행히 나는 차로 출퇴근하는 건 포기해서 정말 필요할 때만 타고 다닌다. 그래서 가능하면 주차가 되는 시간에만 다니려고 한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차를 대기 쉬운 자리와 어려운 자리가 있다면 당연히 쉬운 곳에 대고 싶다. 문제는 그 자리들은 얼마 있지도 않거니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항상 차 있다는 거다.
그럼 선택해야 한다. 평행주차 하는 자리는 이중주차를 하지 않기 때문에 차를 빼기는 좋지만 새들이 지나다니는 경로라(?) 새똥 테러를 감안해야 한다. 반면 새똥은 안 맞지만 반드시 이중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자리가 남는다.
그런데 여기는 차를 밀어야 하는 불편함… 정도가 아니라 아무리 중립기어를 해놔도 혼자서는 절대 차를 밀 수 없을 만큼 큰 차가 주차되어 있어서 경비아저씨를 부르러 갔는데 아저씨가 자리 비운 엔딩을 맞이할 것인가. 그러면 똥줄이 타기 시작하고 원래 나가려던 시간에 제대로 출발도 못하겠지?
둘 중에 어딜 고를까? yes or yes가 아니라 차악 of 차악 중 뭘 고를 거냐의 문제가 된다. 오늘의 난 새똥을 선택하고 말았다.
한 번은 경비아저씨를 불러와서 한눈에 봐도 SUV라 엄청 큰 차를 같이 밀려고 하고 있는데 차가 이상하게 안 밀리는 거다. 그런데 경비아저씨가 딱 보더니 왈, 요즘 새로 나온 차들은 뭔가 자동으로 잠금장치가 되어서 반드시 중립기어로 본인이 바꿔줘야 하는데 차주가 그걸 안 하고 그냥 파킹 상태로 해놓고 간 거 같다고 했다.
이 말인즉슨 이중주차를 해놓고는 중립기어에 놓지도 않고 그냥 차를 대고 갔다는 거다. 개빡치네? 그럼 심지어 자기가 잘못한 거잖아? 나도 전화하기 참 싫지만 '중립기어를 안 바꿔놓은 거 같으니 차 좀 빼주세요 '라고 정중하게 전화했는데 지금 가야 되냐고 묻는다. 아니, 내가 지금 나가야 되니까 그런 거 아니냐고요. 다 들리게 존나 한숨 쉬더니 기다리라는 식으로 전화를 끊더라.
지금 미안하다고 고개 숙이고 튀어나와도 모자랄 판인데 태도가 너무 별로였다. 내가 어디 시간 꼭 지켜서 가야 하는 것까진 아니었지만 기분이 나빴다. 자기가 씻어야 된다고 했나? 내가 자기 씻는 거까지 기다려줘야 해? 나도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일이 있는데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잖아. 그렇다고 이거 때문에 짐 바리바리 싸들고 대중교통 타고 갈 수도 없잖아.
결국 한 10분 지났나? 보니까 모자를 눌러쓰고 나오더라. 그 와중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안 한다. 아니, 인사조차도 하지 않는다. 요즘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그걸로 책 잡힐까 봐 회사에서도 그런 말을 하지 말라던데 그래서 그런가? 아오 이걸 그냥 콱 (ㅋㅋㅋ) 말 한마디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기어코 서로 기분 나쁘게 만들고 만다.
과연 내가 등치가 크고 험악하게 생긴 남자라도 그랬을까? 누가 봐도 만만하게 생긴 작은 여자사람이라 그러는 거겠지. 여기서 쌍욕 하면 나만 돌아이 되니까 참았다.
차를 팔아버려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살짝 들게 만든다. 아직도 주차 스트레스를 벗어나지 못한 걸 보면 초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언제 중수쯤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