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천천히 흘러가는 삶을 마무리하며

1년간의 휴식을 마무리하고 보통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by 세니seny

2025년 4월 중순, 어느 날의 이야기이자 이 카테고리의 마지막 글입니다.



4월 중순,
서류통과 소식을 듣고
면접을 보러 갔었다.


솔직히 될까 말까 긴가민가했다. 무엇보다 이런 쪽으로는 자리도 안 나고 근무 환경도 열악한 편이다. 그런데다 나에겐 이제 더 흘려보낼 시간이 없었다. 이럴 바에는 그냥 일반 회사 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어 지원하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서류 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취업 공고를 보다가 그쪽으로 생각이 꽂혀서 결심한 거다. 이제부터 그럴 거라고 해도 당장은 면접 기회가 왔고 후회가 없으려면 면접은 봐야 했다. 그래서 갔다.


한 달 반쯤 전에도 다른 곳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을 뽑은 적이 있었다. 근무지는 다르지만 면접을 보는 장소가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면접관이 몇 명일지, 대충 어떤 질문을 할지, 면접장은 어떤 분위기일지와 같은 모든 게 다 짐작이 됐고 내가 생각한 그대로였다. 그래서 긴장도 별로 안 됐다.


그리고 혹시 안 되더라도 별로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게 안 되더라도 다른 옵션이 있으니까 괜찮아. 대신 나 스스로가 이 면접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면접 대상자는 4명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현장에 가니까 1명은 불참해서 나포함 총 3명이었다. 이중에 한 명이 5개월짜리 계약직으로 뽑히는 거다. 지난번에는 내 나이 또래의-하지만 아마도 둘은 나보다 나이가 어려 보였다- 여자만 세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만 여자고 나머지 둘은 남자였는데 나이대로 봤을 때 이미 사회에서 직업 1막을 30년씩은 하고 오신 분들처럼 보였다. 그만큼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보여주면 된다. 어떤 분위기의, 어떤 조건의 사람을 뽑고 싶은지는 결국 면접관들이 결정하는 거니까. 그러니 면접에서 떨어져도 기분 나쁘지 않다. 내가 나쁜 사람인게 아니라 단지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아닌 거니까.


그렇게 면접을 봤다. 대답은 무난하게 했고 마지막에 자기 어필을 하라고 해서 지난번에 못했던 걸 했다. 그때도 내가 근무할 장소에 미리 가서 분위기도 보고 현장답사를 하고 왔다는 말을 면접 중에 하려고 했었는데 그걸 어느 타이밍에 해야 될지 몰라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어버버 하고 나왔던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면접관들 얼굴을 다 기억하는데 그들이 날 기억할까? 나는 한 달 반전쯤 동일한 업무로 면접을 보러 온 사람 그러니까 같은 업무의 면접을 근시일 내에 또 보러 온 지원자다. 그만큼 열정이 강해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 어머, 얘 또 왔네? 하는 생각과 함께.


합격자 발표는 면접일로부터 1주일 뒤였다. 나는 ‘면접을 보는 것’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그리고 그 주 토요일에 중국어 시험이 있어서 시험부터 잘 끝내고 주말부터 일반 회사들에 지원서를 내야 할 테니 그에 맞게 이력서를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면접 다음날은 금요일이었고 아르바이트하러 갔다가 다음날 중국어 시험 때문에 집에 일찍 돌아왔다. 그런데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다. 보니까 어제 면접본 곳인데 합격했다는 문자였다. 그런데 분명 공고에서 공식발표는 1주일 뒤라고 했는데?


궁금해서 전화를 해보니 공식적으로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건 그게 맞는데 신원조회나 그런데 시간이 걸려서 당사자한테만 미리 통보해 준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최종합격이 된 거다.


아마 한 달 전에 나랑 같이 면접을 보고 합격통보를 받았을 즉 내 뒤에 면접 봤던 그 애도, 나는 그때도 1주일 동안 합격자발표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걔는 이렇게 면접 다음날 바로 자기만 따로 통보를 받았겠구나. 그게 이번엔 내가 되었네?


어안이 벙벙했다. 다른 쪽으로 가려고 막상 마음먹으니까 일이 이렇게 되네? 어쨌거나 이분들이 미리 알려준 덕분에 원래대로라면 합격자발표가 목요일에 나고 바로 그다음 주 월요일 출근인데 나에게 1주일이라는 시간텀이 생겼다.


그렇다고 특별히 뭘 할 건 아니고 똑같이 알바 나가고 퇴근길에 벚꽃길을 산책하는 정도의 일상을 보낼 거다. 아참, 알바 관리자한테는 이제 취업이 돼서 못 나온다는 말을 해야겠네. 관리자는 얼마 전에 4월 말이나 5월 그리고 6월까지도 간간히 프로젝트가 생길 거라 나올 수 있냐고 물어왔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때가 불과 1주일 전쯤이었나, 솔직히 얼마 안 됐다. 그때는 취업이 언제 될지 장담할 수가 없어서 정확한 추가 근무기간은 듣지도 않고 무조건 다 된다고 했었는데 말이다.


다다음주 월요일에
출근이 확정되었습니다 ^^


이 천천히 흘러가는 삶도 원래는 6개월(반년) 정도 예정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최종적으로는 마지막 출근일 기준으로 거의 1년이 되었다.


작년 2024년 4월 중순쯤 마지막 출근을 했었고 바로 두 달간 유럽으로 튀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11월 말까지는 자격증 준비 등 공부를 하고 그 뒤로 12월부터 지금 이 글을 적는 4월 초까지 그야말로 정말 아무런 목적성이 없는 백수의 삶을 살았다. 그 시간 동안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이제 24시간이 온전히 나에게 속하던 시기를 다시 마무리한다. 이제는 천천히 흘러가는 삶이 아니라 다시 보통 사람들의 속도에 편입된 삶이 될 것이다. 아침 9시에 맞춰 출근하기 위해 허겁지겁 지하철에 오르고 6시에 퇴근해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열차칸에 몸을 구겨 넣는 삶으로 되돌아간다.


내가 백만장자에 삶에 다른 걱정이 없다면 이런 삶도 좋겠지만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돈을 벌어야 하고 집도 사야 하고 차도 바꿔야 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일은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일은 내가 선택한 일이다. 해보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은 일. 금전적인 보상은 기대하기 어려운 직종이지만 일단 해보자.


요즘은 ’빨리 다시 돈 벌고 싶다’란 생각을 자주 했다. 그동안 별생각 없었는데 아르바이트하면서 소득이 잡히니까 바로 갑자기 1,2월에 국민연금 납부금액이 생겼단다.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납부하면 탈 수 있다고 해서 내가 전에 계속 직장 생활하면서 10년만 해야지 했던 것도 그거 때문이었다. 국민연금 타려고.


그런데 조금 더 알아보니까 국민연금 납입을 10년 이상 하면 일시금 형태가 아니라 매월 지급되는 형태로 나오긴 하는데 이게 표준금액에는 못 미치는 금액이 나온다는 거다. 즉, 정해진 금액을 받으려면 최소 20년은 넣어야 된다고 하더라. 이걸 이제야 알았네?


국민연금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니까 여태 납입한 게 14년이다. 중간에 첫 번째 회사를 퇴사하고 두 번째 회사 들어가기 전에 9개월 정도 쉬었었다. 이 기간은 납입중지를 했었는데 나중에 월급이 오르고 여유가 생기고 나서 추납하려고 알아보니 옛날에 소득이 없던 시절의 금액이 아니라 현재 납입하고 있는 금액만큼을 넣어야 돼서 9개월치를 내려니 금액이 너무 커져버렸다. 그래서 이미 10년 넘게 넣었으니 됐지 뭐, 하고 그 기간을 버렸는데 지금 들어서 후회가 된다.


그때의 9개월과 작년 ~ 올해에 걸친 거의 1년분을 합치면 2년이다. 14년+2년 = 16년이고 그럼 나는 이제 4년만 더 국민연금의 노예를 하면 되는 건데. 저 9개월짜리는 이미 10년도 더 전에 있던 일이라 추납도 안된다.


그래서 이번에 납입하지 못한 약 1년분은 조만간 추납 하려고 한다. 어떻게든 15년이라도 맞춰야지. 이번에는 급여가 높지 않으니 추납해야 하는 국민연금 금액도 거의 최소금액일 거다. 이걸 위안이라고 해야 하나.


새로 가고자 하는 길의 월급을 보면 현타가 온다. 거의 최저시급이다. 이 금액은 내가 15년 전 처음 취업했을 때 받던 금액보다도 더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때는 연봉은 낮았지만 야근을 항상 해야 돼서 야근수당이 있었기 때문에 야근수당 때문에 실제로 받는 월급은 연봉보다 많았다. 15년이라는 시간 동안의 인플레와 화폐가치를 고려한다면 나는 새로운 선택을 함으로써 엄청난 손해와 마이너스를 보고 있는 셈이겠지.


그래도 이제 다시,
보통 속도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삐삐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