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직원과의 업무도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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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상시 데일리 업무가 있고 + 프로젝트성 업무가 있는 기간이 겹치면 정시퇴근은 어렵다. 그런데 정시 퇴근만을 우선순위에 두니 일이 계속 밀리는 거다. 그리고 자기 마음도 조급하고 그러니까 우리가 뭔가 다른 일을 시키면 그것도 막 기한을 주고 몇 번을 말해야 겨우 가지고 오지 스스로 그걸 챙길 여력이 되지 않는다. 물어보면 변명 같은 대답이나 하고.
그나마 나랑은 일이 덜 부딪쳐서 이 정돈데... 그래도 함부로 말할 수도 없는 게 내가 옛날에 좀 이런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자꾸 내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렇다. 하지만 난 업무가 아무리 많아도 제시간 안에 끝내고 가려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줄여가면서 일을 몰아서 했었다. 야근을 최대한 줄이려고.
그런데 그때 당시의 상사가 이상한(?) 조언을 했다. 야근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라도 야근하는 모습을 좀 보이면 상부에서도 '얘가 야근을 해서 일을 해야 될 정도로 일이 많구나'라고 생각한다고. 이걸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리고 당연히 바로 위에 있는 상사는 내가 일을 열심히 하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윗선까지는 모를 수 있으니 이렇게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해야 알 거라고 했다.
나는 그 조언을 듣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틀린 말도 아닌 거 같아서 한두 번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마음은 편했지만 나는 내가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아주는 상사와 일했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이어서 그 뒤로 보여주기식 야근을 하지는 않았다.
막내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는 하고 있는데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느낌이다. 우리는 혼자 일하지만 결국 팀이고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자기 일만 쳐내려는 느낌이 강하다 보니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단 우리 팀원들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 회사 내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마 같이 일하는 동료가 답답하다고 말하는 지점이 그것 같았다. 일이 많아도 오늘 해야 될 분량을 안 끝내고 시간 되면 집에 가버린다고. 자기 같으면 책임감이 있으니 야근을 해서라도 하고 갈 텐데 업무시간 끝났다고 그냥 간다고. 그러면 그 업무와 연관된 사람은 어떡하라고? 한 번이라도 스스로 야근을 해서 끝내려는 의지를 보였다면 오히려 이쁘게 봤을 거라고.
단순 업무만 한다고 그 업무가 인수인계 된 걸까? 심지어 인수인계를 한지 몇 달이나 지났는데? 이건 신입사원의 경험미숙으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눈앞의 자기 일만 보는 그 관점을 뚫어줘야 할까?
어제 내부서비스 어쩌고 저쩌고 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였다. 지원팀인 우리는 내부직원들하고 많이 지내니까 내부직원과의 협업도 결국 서비스의 일종이라는 것. 막내가 그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는 말을 멋들어지게 하고 싶었던 거 같다.
나는 평상시 업무를 진행할 때 내부직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인드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뒷말이 안 나오게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걔는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일을 하는 것 같단 말을 해주고 싶었다. 동시에 '나는 그렇지 않았다'는 변명 또한 하고 싶었다.
내가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딱 그 케이스에 관한 것만 신경 쓰고 나머지에는 무신경한 모습. 나 같으면 그런 얘길 듣기 싫어서라도 더 꼬박꼬박 대답 잘해주고 문제 안 생기게 할 거 같은데 말이야. 업무 관련해서 불만을 제기하는 그 사람이 무서우니까 이런 식으로 피하려는 거 같기도 하고.
생각해 보니 내가 왜 업무 논의를 위해 만든 회의 자리에서 이미 인수인계한 지 몇 달은 지나 내 손을 떠난 업무에 대해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는 그런 얘길 듣고 있어야 되냐고. 이게 결국 팀장님이 본인 욕먹는 게 되니까 일부러 오버해서 더 화를 내는 것처럼 나한테 한마디 하셨다. 그리고 변명의 여지없이 우리가 잘못했다며 바로 인정하셨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열받네? 나는 너무 쪽팔렸고 그 자리에 있던 팀장님도 더더욱 쪽팔리셨다. 얘는 우리가 이렇게 다른 팀 앞에서 망신당하고 다닌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진짜 팀장님한테 한소리 들을 때 마스크 끼고 있어서 망정이었지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아오, 얼른 그만둬야지. 내가 계속 여기 있어서 험한 꼴을 다 겪네. 정말 빠르게 퇴사하고 싶어졌다. 요즘 같아선 이 모든 상황이 다 맘에 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