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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seny Aug 07. 2021

독립을 앞두고 나에게 쓰는 다짐

3n년만에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되다

     나는 태어나서 여태까지 부모님과 쭉 함께 살았다. 그렇지만 성인이 되면서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부모님과 취업으로 약간의 갈등을 겪었던 대학생 시절과 취업 직전까지의 시기엔 독립을 열망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회사를 다니고부터는 부모님과의 갈등이 많이 줄어서 언제 그렇게 서로 으르렁댔냐는 둥 집에서 지내는 게 편해졌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가끔 혼자 살고 싶다는 순간들은 찾아왔었다. 그러다 몇 년 전 조금 강하게 독립 결심이 섰을 때, 엄마한테 슬쩍 운을 띄워봤었다. 그때 엄마는 이제 나가면 다시는 들어올 생각일랑 하지 마라고 했다. 막상 그 말을 듣자 강하게 생각했던 결심이 꼬리를 내렸고 계속 함께 살고 있었다. 


     보통 대학생이 되면 학교와 사는 지역이 달라지거나 하다못해 교환학생이라도 가면서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까지 나는 그런 기회를 만들지 않았다.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교도 회사도 다 집에서 다닐 만한 거리였다. 그리고 여자라면 흔히들 결혼하면서 자연스레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할 테니까 결혼 전까지는 부모님 집에서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같이 살면서 돈을 모으는 게 더 좋다고들 했다. 나는 막연하게 삼십 대 중반쯤에는 결혼을 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삼십 대 중반이 된 현재, 당장 결혼할 상대도 없다. 게다가 여기서 독립 기회를 놓치면 더 나이가 든 부모님을 돌봐 드려야 하니 영원히 같이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면 편하고 좋다. 항상 따뜻한 밥이 차려져서 나오고 화장실 청소도 어느샌가 되어 있으며 빨래도 다 되어있다. 난 그저 회사에서 돌아오자마자 씻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빨래 거리를 빨래통에  휙 던져두고 빳빳하게 마른 옷을 가져다 입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단점도 어마 무시하다. 부모님과 사는 집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숙소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 공동체의 룰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부모님이 정한다. 밤에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말아야 하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저녁 일찍이 곤히 잠든 부모님의 밤잠을 깨우면 안 되니 밤늦게 깨어있더라도 항상 조심해야 하고 배달음식을 마음대로 시켜먹지 못하며 술을 마음대로 마실 수 없다. 공동체 생활에서 갈등을 피하는 법은 규칙을 잘 따르는 것이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가족 모두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게다가 하필이면 이사 온 집의 구조 상 안방과 내 방 문이 바로 마주하는 구조를 하고 있어서 서로 왔다 갔다 하는 소리, 각자의 방에서 말하는 소리와 전화하는 소리까지 건넌방에 다 들린다. 이게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 이사 오기 전에는 안방과 내 방 입구가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내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으면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었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내 방에 있어도 편하지가 않다. 


     그래서 혼자 살 실 거주용 집을 한 채를 마련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나는 빌라보다는 평수가 작아도 괜찮은 아파트를 하나 마련하고 싶었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혼자 벌이를 하는 나는 그 빚을 온전히 감당할 만큼의 능력은 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회사를 얼마나 더 다닐지도 모른다. 그나마 결혼해서 둘이 벌면 좀 괜찮을 거 같은데, 란 생각을 이럴 때 한다. 


     아무튼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독립해서 혼자 살 기회가 찾아왔다. 부모님이 소유하고 있는 작은 아파트가 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 계약이 끝나기 전에 집이 비게 된 것이다. 나는 계속 독립을 하고 싶어 하지만 원하는 집을 구할 능력은 되지 않는다. 엄마는 집을 비워두느니 나보고 그 집에서 혼자 살아보는 건 어떻냐고 제안했다. 내가 생각하는 독립의 의미는 내 돈으로 내가 집을 사서 나가는 것이라고 보기에 이게 완전한 독립인가? 싶긴 하지만 게다가 부모님 명의의 집이니 부모님이 들락날락하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1년간 그 집에는 '주로' 내가 혼자 살게 될 예정이다. 그렇게 바라 마지않던 독립을 갑자기 눈앞에 두게 되었다. 



얼떨떨하다.
나, 잘할 수 있을까?
설렌다. 
독립을 앞둔 이 느낌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이건 마치 낯선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보다 여행을 계획하며 꿈꾸는 시간들 즉 여행을 앞두고 있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과 비슷하다. 
아무래도 올해도 해외여행은 어려울 것 같은데 이걸로 휴가를 간 셈 치면 될까?



     독립을 해서 혼자 살게 되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가 생기겠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책임 또한 같이 생긴다. 관리비도 내가 내야 하고 생활필수품도 내가 구입해서 써야 하므로 지금과는 소비패턴이 달라진다. 음식을 조금이라도, 결국은 강제로라도 해 먹게 될 테니 요리를 하게 될 것이고(요리를 '잘'하게 될 거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이제 아무도 청소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청소를 해야 한다. 빨래도 세탁기에 돌리고 널고 때때로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찾아오고 배달 음식도 시켜먹고 술도 마시고 쓰레기도 알아서 버려야 한다. 그렇지만 내 작은 방에 둘 수 없었던 1인용 소파도 둘 수도 있겠지?


     가족들하고 계속 같이 지내는 것보다 적당히 떨어져 지내는 게 서로 애틋하고 사이가 좋아진다던데 진짜로 그럴까? 지금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과 왔다 갔다 하며 지내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더 늘고 그에 더불어 혼잣말하는 시간도 늘 것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으니 왠지 게을러지고 퍼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혼자서 집안일까지 해야 하니 다른 의미로는 지금보다 더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다. 대신 개인적인 시간-공부나 휴식-이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주어진 이 혼자만의 시간, 1년을 마음을 다잡고 잘 지내보려 한다. 그리고 1년 뒤에는 아마, 진짜로 나의 집을 구해서 당당한 의미의 '독립'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앞으로의 날들을 1년 간의 긴 여행이라 생각하고 생활과 일(직장)을 양립하며 잘 닦아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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