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을 보러 나가자
오늘 회의실에서 팀원과 인수인계를 하는데 팀원이 물었다.
팀원 : 팀장님, 오늘 아침에 날씨 좋았잖아요~ 일어나서 무슨 생각하셨어요? 퇴사하니까 기분 좋다, 이런 생각 들어요?
나 : 아니, 날씨 좋은 건 몰랐고 날씨 되게 춥네...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퇴사한다고 마냥 신나는 것만은 아니야. 앞으로 월급 안 들어올 텐데 그런 것도 생각해야 되고.
정말 그랬다.
작년에 '퇴사만 해봐라 아오 ㅋㅋㅋ 퇴사선언하면 얼마나 속 시원할까?' 하며 부득부득 이를 갈았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 이야기하고 나니 뭐 그렇다? 시원한 부분도 분명 있지만 누가 쫓아내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나가는 거고 당분간 고생길이 눈앞에 보이는 길. 그리고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써 내려갈지 또 그 이야기가 잘 풀릴지 안 풀릴지도 알 수 없기에 그냥 퇴사 선언을 했구나, 그뿐이다.
하지만 이제 사내에 소문이 다 퍼진 만큼 'There's no turning back'이다. 나도 그럴 생각 없고.
집에 도착해서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고 정리하려는데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든다. 이렇게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들어온 것도 오랜만인데 노을을 제대로 보고 싶다. 아까 짐만 없었으면 그 상태로 아예 노을도 보고 걷다 들어왔을 텐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편하게 옷 갈아입고 나가자.
그래서 얼른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어놓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모자도 쓰고 목도리도 하고 장갑도 껴서 채비를 단단히 하고 집 밖으로 나섰다. 시간을 보니 이미 일몰시간이다. 게다가 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해는 잘 안 보였지만 아직도 사위는 밝았다.
이런 날은 에너지를 소진시켜줘야 한다. 뭐랄까... 이상하게 high한 기분? 신나는 노래 한 곡 들으며 살살 뛰고(거의 걷는 거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헥헥댄다)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걷는다. 다시 또 신나는 노래 들으며 뛰고 조용한 노래를 들으며 걷는 사이클을 반복.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리듬감 있는 노래를 들으며 뛰고 오늘의 짧은 운동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