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보통 아빠인 나의 아빠
이전에 발행한 글에서 우리 아빠에 대해 쓴 글이 있다.
나는 아빠한테 살갑게 다가가는 딸이 아니고 아빠 또한 우리 시대의 아빠다운, 딱 그 정도의 아빠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회사에 충성했지만 그러다 보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시간은 많지 않아서 서로 살갑게 굴지 못하는 사이. 하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애정이란 걸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랑은 평소에 친구처럼 시시콜콜 대화를 하고 이것저것 다 얘기한다. 그리고 퇴사 문제도 엄마한테 가장 먼저 논의했다. 그러니 퇴사를 결정했을 때 엄마한테는 곧바로 말하기가 쉬웠다. 그러고 나니 아빠한테도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그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물론 내가 지금 독립해서 따로 살고 있기 때문에 직접 마주칠 시간이 없기도 해서 더 그랬다.
엄마랑은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만나지만 아빠랑은 안 만나려면 얼마든지 안 만날 수 있는 상황. 주말에 가끔 집에 가도 아빠는 도서관에 가는 등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었다. 직접 얼굴을 보려면 내가 본가에 갈 거니까 꼭 그 시간에 집에 있으라고 언질을 줘야 할 정도. 그래서 계속 말을 못 하고 있었다.
전화로 해도 되고 가족 톡방에 카톡으로 툭 날려도 그만이지만 그래도 중요한 얘긴데 그렇게 하는 건 뭔가 아니다 싶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계속 미뤄오다... 회사에 퇴사를 통보하고 퇴사일자를 잡고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가 되었고 이제 퇴사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아빠한테 말을 못 한 거다. 이러다간 안 되겠다. 아예 날 잡고 얘기를 하자.
어느 평일날 저녁, 다음날 마침 휴가라 저녁 먹으러 본가에 간다고 미리 알렸다. 엄마한테는 아빠한테 드디어 얘기할 거라고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