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양심 상 찔리는 부분이 있으니 만나러 가기로 했다
나는 앞으로 회계 쪽으로 취직할 것도 아니고 업계도 이쪽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데로 갈 거라 회사 인맥도 다 부질없는 상태. 예전 회사의 OO 대리님처럼 원체 사람들하고 관계가 좋아서 그걸로 인생을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나는 대체적으로 웬만한 인간관계, 인맥 같은 건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럭저럭 혼자서 살아가는 삶. 그러니까 더 잘해줄 필요도 없단 말이다.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다. 더 이상 업무 관련된 연락은 안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본부장님은 아예 둘이 소개해줬으니 앞으로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요, 와 같은 소리를 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만나기 싫다. 하필이면 이번 달에 내 생일이 있어가지고 부담스럽게 카톡으로 선물을 보내주셨다. 진심 거절하고 싶었다.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하면서. 선물 뒤로 무언가 올 것임을 감지하고 있었기에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이 만남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거면 모르겠으나 본부장님은 이제 둘을 소개해줬다는 명분 하에 무슨 일이 있으면 전 팀장인 나한테 물어보라고 할지도 모른다. 둘이 아예 모르는 사이면 연락하는 건 진짜 비매너이지만 한 번이라도 직접 본 사이면 둘이 알아서 연락할 수도 있으니까.
우리 그러지들 맙시다. 퇴사자한테 연락하는 것도 하루이틀이나 1,2주 하고 끝내야지. 나는 실무자 시절, 최대 한 달 후까지 연락해 본 적은 있었는데 그분한테는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 퇴사한 지 3개월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그러고 있고 문제는 그 기간을 더 연장시킬 거 같다는 점이 무섭다.
어쨌든 나도 새 팀장이 오지 않았는데 내 사정만 들이밀면서 퇴사를 강행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내가 아무리 그 업계로 취직하지 않는다 해도 같이 일한 기간이 오래돼서 이러나저러나 인간적인 정도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했으니 얼른 맞자(?). 분명 이번에 거절하면 다음 주든 다다음주든 다시 약속을 잡으려 할 수도 있기에 그나마 시간이 괜찮은 내일 만나기로 했다. 이제 나에게 다음 만남은 없을 예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