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3개월 후, 내 자리에 입사한 후임자를 만나다
그리하여 나의 옛 상관 그리고 내 자리로 입사한 새로운 팀장과 만나기로 약속한, 그날이 되었다.
'진짜 가기 싫은데'를 마음속으로 무한 되뇌며 업무 관련해서 대체 어떤 걸 물어보려나 싶어 급하게 이것저것 떠올려봤다. 회사를 떠난 더 이상 이 업무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지만 그래도 나름 팀장이었는데 새로운 사람 앞에서 절면 쪽팔리니까.
집에서 나와 회사 앞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려가지고 혹시나 싶어 어제 온 식당 예약문자를 자세히 보니 인원이 4명이라고 되어있네? 내가 분명 나, 옛 상사 그리고 새로운 팀장 이렇게 3명만 만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기에 그런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상해.
혹시 "서프라이즈~" 이러면서 다른 누군가 등장하는 걸까? 그래서 등장할 만한 후보군을 추려봤다.
갑자기 1) 사장님이 오시거나 2) 나한테 업무 좀 물어볼 게 있는, 나 퇴사하기 1주일 전에 입사해서 얼굴 1주일만 본 직원 혹은 그래도 3) 얼굴은 한 8개월 본 신입사원이 오려나. 분명 온다면 이 셋 중 한 명일 텐데. 아, 아니다. 4) 좀 친했던 옆팀 팀장도 있으니 후보는 4명 정도 되겠군. 설마 이 자리에 5) 인사팀장이 오진 않겠지? 어쨌든 후보군은 5명으로 좁혀졌다.
가만 생각해 보면 첫 번째 후보인 사장님은 성격 상 이런 자리엔 잘 참석하는 분이 아니시니 '늬들끼리 얘기하고 와'라고 하셨을 것 같다. 두 번째 후보인, 나랑 같이 근무한 건 1주일 밖에 안 됐지만 팀 내 상황이 변경되면서 계약직에서 갑자기 정직원이 되어 어리바리하고 있을 그녀일까? 아니면 세 번째 후보인 신입사원. 그나마 나랑 오래 일했으니까 오랜만에 옛 팀장 얼굴도 보여줄 겸 데려온다? 아니면 이 어색한 자리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로 옆팀 팀장이나 인사팀장이 오려나. 이러나저러나 기분 좋지 않은 두근거림을 안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저쪽에 상사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팀장의 성별이 남자라는 것만 들었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랐는데 유일하게 내가 아는 얼굴 즉 옛 상사가 앉아있는 그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는 사람이 그 사람이겠지 싶어 그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