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팀장을 만나 어색하게 밥을 먹으며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밥 먹으면서 업무 얘기를 해서 밥시간에 얘기를 전부 해치워야지 생각했다. 그래서 불편하더라도 밥 먹는 내내 업무 이야기만 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고 왔다. 그리고 처음 보고 앞으로도 안 볼 사람이랑 뭔 얘길 하겠니.
그랬는데 너무 보자마자 공격적으로 일 얘기하기도 좀 그러하니 일 얘기는 밥 다 먹고 하자는 걸로 합의(?)를 봤다. 겉핥기로 회사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밥이 나와서 밥을 먹고 후식시키고는 옛 상사는 둘이 얘기하라며 음료를 받고 자리를 뜨셨다.
그런데 세상 진짜 좁은 게... 예전에 비슷한 업계에서 일을 해봤다길래 '혹시 그 회사 판매 종목이 뭐예요?' 그랬더니 소오름. 내가 다녔던 전 회사랑 같은 업계였다. 그래서 혹시 회사명이 어떻게 되시죠? 하고 물으니 경쟁사 중 한 군데였다. 그래서 나는 ooo사 다녔다고 하니 당연히 알지. 세상 참 좁다.
나는 '업무' 얘기만 할 거라 생각해서 정말 '일'에 관련된 답변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팀장의 '업무'에는 '팀원관리'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고 이분이 팀원들에 대해 물어볼 거란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었다. 대신 상사에 대해선 어떤 분인지 물어볼 거 같긴 했다.
그래도 몇 달 봐서 아시겠지만 좋은 분이시죠. 착하시죠. 하지만 회사에서 착하단 말은 잘 들어야 하는 게, 나쁜 의미로 쓰일 경우 거의 호구란 말이랑 동급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착하다'는 절대 칭찬이 아니고 욕이다. '착하다'라는 말 뒤에 뭐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 분은 갈등상황이 생기는 게 싫기 때문에 부딪혀서 싸우고 자기 할 말을 다 하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다. 이 분의 문제 해결방식은 가능하면 안 부딪히고 둥글게 둥글게, 내가 좀 더 하자, 우리 팀이 좀 더 하자 라는 모토로 문제를 해결하고 일하시는 분이라 그 점에서 '착하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겉에서 보면 '착하다'일 수 있는데 그 속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는 좋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전에 근무한 회사에서는 안 그랬는데, 하면서 연말연초 스케줄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남들 다 쉬는 연말연초에 출근에 야근에 그렇게 계속 나와서 일하면서 감사를 그렇게 빨리 끝내냐고 물었다. 이유를 설명하다가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