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오른 과거의 에피소드
몇 년 전에 한번 그런 적이 있었다.
나의 전 팀장님도 이 빡빡한 연말 스케줄에 불만(?)을 품고 본사에 문의를 했다. 그런데 의외로 자료가 크게 틀어지지 않으면 감사를 조금 늦게 해도 된다는 뉘앙스의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부터 야근 안 하고 여유 있게 마감하겠네'하면서 엄청 좋아했다. 그런데 막상 팀장님의 상사인 즉 지금 나한테는 옛 상관인 이분한테 보고를 드리고 확정 지으려 했는데 입구컷을 당했다.
재무팀 출신이라 누구보다 우리 팀의 상황을 잘 아는 분이다. 우리 팀만 야근에 심지어 연말연시에도 근무하는데 상황이 가능하다면 그걸 줄여주는 게 윗사람으로서 해야 될 일 아닐까? 하지만 자기가 팀장일 때는 당연히 근무했으니 당연히 지금도 해야 된다는 생각이셨다.
본사에서도 괜찮다고 하는데 하며 반박했더니 그러다가 우리가 마감한 재무제표랑 감사받고 난 재무제표랑 틀어지면 어쩔 거냐고 하신다. 아니, 그러니까 그렇게 틀어질 일이 없다니까요...? 아무튼 단칼에 거절하셨단다. 난 그때 실망했다.
그리고 이분이 CFO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인사팀 등 경영지원본부 내 다른 팀의 헤드이기도 해서 거기서 오는 문제도 있다. 같은 본부에 속한 팀이어도 팀 업무 상 상충되는 지점이 있다. 우리 팀 출신이면 오히려 경비 처리나 세무 문제는 더 타이트하게 봐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면서도 '아이 좀 봐줘~ 어떻게 다른 방법 있는지 알아봐 줘~'라는 식으로 하니 우리 팀만 호구가 되는 느낌.
아니, 그렇게 맘대로 할 거면, 편의대로 할 거면 우리가 왜 있냐고. 한 팀에 척을 지더라도 원칙이 있으면 그거대로 따라가야지.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팀끼리 부딪히는 걸 피하려고 하다 보니 우리 보고 조금만 양보하라는 식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빡이 치겠니, 안 치겠니.
모든 사안이 사장님한테 다이렉트로 보고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이 분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의견이 순화되어서 별 변화 없이 끝나버리는 거다. 뭐, 이제는 새로 오신 분이 알아서 잘하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