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관람기 : 나만 졸린 거 아니지?
박물관 입장료가 생각보다 비쌌지만 입장.
박물관 안에는 오늘 오전 아크로폴리스에서 보고 온 듯한 것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었다. 유적지 위에 투명(?)하게 유리 같은 거 씌워서 즉 지형지물 자체를 박물관으로 이용하는 건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어서 신기하진 않았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복원한 부분을 똑같은 색으로 하지 않고 대놓고 복원되었음을 알 수 있도록, 어차피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티를 내듯이 하얗게 복원해 놓은 건 우리나라와 큰 차이였다.
우리나라 같음 감쪽같이 똑같이 색이나 눈에 띄지 않게 복원하는 걸 더 우선으로 칠 텐데. 아침에 가이드님한테 들은 무상 교육얘기와 점심시간에 신타그마 광장에서 본 시위가-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대학교 무상교육?이었나 하여간 교육제도 관련된 시위였다-생각나며 내 안에서 이 모든 게 하나로 잘 어우러졌다. 건강한 일관성이 있다는 건 좋은걸 지도.
그렇게 개인 가이드도, 가이드 기기도 없이 정처 없이 박물관 안을 돌아다니다 슬쩍 주변을 보니까 다들 하품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의 박물관은 이렇게 나른한 느낌인 걸까. 나만 졸린 거, 그런 거 아니지? 물론 나는 유럽에 도착한 지 1일 차라 시차적응 중이기 때문에 낮에 더 졸린 것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시차적응 중인 사람들을 뺀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남들이 이 박물관에 꼭 가야 한다니까 오긴 왔는데... 점심도 먹었겠다, 졸려오는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참으며 동태 눈깔을 장착하고 전시품을 보고 있다. 유명한 곳이라니까 다들 온 걸 텐데 그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별 다를 게 없구나 생각했다.
박물관 안쪽 구경을 다하고 나오니 자연스럽게 동선이 건물 지하에 있는 유적 발굴현장으로 연결돼서 한 바퀴 걸었다. 그리고 나니 바깥에 조성해 놓은 산책길로 연결되길래 또 자연스레 걸었다.
그리스와 로마 여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로마는 15년 전 첫 유럽여행 때 왔지만 이번에 또 간다-그래도 이렇게 멀리까지, 비싼 돈 들여서 가는데 그리스 로마신화라도 당연히 공부하고 가야 되는 거 아냐? 하고 스스로에게 압박 아닌 압박이 있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갔는데 마땅한 책을 발견하지 못해서 대강 훑어보고 왔었다. 평소에 미리 공부해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데 산책로를 걸으며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