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정반대로 가는 카스카이스행 버스를
노래를 거의 다 들었는데 갑자기 주위에 인도애들이 둘러싸면서 힌디어 폭격을 맞아서 사진 몇 장 찍고 도망 나왔다.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 끝에 왔다는 증명서를 받으러(유료) 관광안내소에 갔다 오기로 했다.
갔는데 줄을 서 있어서 나도 그 줄에 합류했고 기다려서 증명서를 받았다. 증명서 사이즈는 A4 용지 보다도 큰 사이즈였고 사이즈는 무조건 이거 하나였고 디자인은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무조건 고문서 느낌 나는 게 원픽이었는데 앞에 서양 친구들은 죄다 현대적 느낌이 나는 쪽을 선택하더라. 하지만 난 내 길을 간다.
기념품샵은 둘러봤는데 살 게 없어서 관광안내소에서 가져온 팜플랫으로 대신하고 다이어리에 붙일 페나성 이미지만 나중에 신트라역 가서 사야지 하고 나왔다. 신트라여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금방 와서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올라탔다. 자리도 좋은데 앉았고 버스는 곧 출발했다.
그런데...
바다가 왜 이렇게 잘 보이지?
물론 여기가 바다 근처니까 바다가 보이는 건 맞는데... 문제는 거꾸로 즉 신트라역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바다가 이렇게 계속, 잘 보일 일인가? 올 때 오른편에 앉아 실컷 봤기 때문에 같은 오른편에 앉았다면 갈 때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 혼자 신나서 동영상을 찍다가 가만 보니 계속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가는 거다.
잠깐만. 이거 반대방향으로 가는 버스 같은데? 참고로 아까 올 때 탄 버스는 호카곶이 종점이었다. 하지만 그 버스 말고도 호카곶을 지나는 버스가 하나 더 있는데 그 버스는 호카곶이 종점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다.
이제야 구글맵을 켜보니 버스는 신트라역이 아니라 반대인 카스카이스로 가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이 호카곶에 들렀다 카이카이스로 향하는 당일치기 여행도 많이 간다. 하지만 카스카이스행 버스는 한 시간에 두 대밖에 오지 않는데 내가 기가 막히게 그걸 골라 탄 거다...^^ 이런 나는 행운아인가 불운아인가…?
여행 스케줄을 짜다 보니 일정이 여유가 있어서 카스카이스는 공항 가기 전 수요일 오전에 따로 다녀오려고 계획 잡아 놨었는데 이렇게 강제로 오게 될 줄은 몰랐네. 버스는 꼭 행선지를 확인하고 탑시다, 여러분.
그래서 졸지에 오늘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에 의문의 카스카이스Cascais행이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