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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 서다

휴양도시 카이카이스에서 패스트푸드 사먹고 기념품 사기

by 세니seny

나는 관광파인데 카스카이스는 휴양도시라 내 기준으론 크게 볼 게 없었다. 그래서 배가 고프니 저녁이나 먹고 바다 조금 보고 리스본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휴양지라 그런지 물가가 비싼 데다 저녁식사에 돈 쓰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뭘 먹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KFC같이 치킨과 음료를 세트로 파는 포르투갈 브랜드 체인점이 있다길래 가보기로 했다.



카스카이스역 버스정류장에 하차했다. 내려서 조금 걸으니 바로 상점가가 나왔다. 쇼핑은 저녁 먹고 나오면서 하기로 하고 얼른 닭고기부터 먹으러 갔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세트메뉴를 시켜놓고 자리에 앉았다. 패스트푸드 가게인데도 불구하고 자리로 음식을 갖다주었다.


P20240615_171436972_B4FE48CA-2B92-4EC1-B902-490DB90893AA.JPG 포르투갈의 KFC(?)인 CTR Chicken. (@카스카이스, 2024.06)


오늘은 한국인을 거의 못 봤는데 아까 호카곶에서 사람들과 조금 동 떨어진 좋은 자리에 앉아서 음악 들으며 쉬고 있는데 자꾸 사람들이 그 주변에 와서 사진을 찍어댔다. 그럴 때마다 신경 쓰여서 한 번씩 돌아보거나 하는 말들이 들렸는데 순간 한국어인가? 한 적은 있었다. 남자애 둘이었는데 금방 지나가버려서 자세히는 못 봤지만 스타일을 봐서 한국 사람이 맞는 거 같았다.


나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입구를 등지고 있는 게 아니라 가게 입구를 정면으로 보고 있는 자리에서 치킨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호카곶에서 스치듯 본 걔들이 들어오는 거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간간이 들리는 말로 봐서 한국인이 맞았다.


아니, 카스카이스에 식당이 얼마나 많고 또 밥 먹을 시간대가 얼마나 넓은데 하필 이 시간에 오냐. 아니지, 우리는 유럽 애들에 비해 밥을 빨리 먹으니까 한국인만 이 시간에 올 수 있는 거겠지? 나만 알아봤을 수도 있지만 괜히 신경 쓰였다. 치킨은 좀 짰지만 적당히 잘 먹었다. 원래 맥주를 먹으려고 했는데 술은 안 파는 거 같았다.


잘 먹고 나와서 배부르니까 이제 거리 구경을 시작했다. 다이어리에 붙일 엽서를 겨우 구하고(이쁘진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역 쪽으로 걸어 나오는데 너무 예쁜 포스터를 파는 집을 발견해서 나도 모르게 홀린 것처럼 가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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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너무 이뻐. 결국 티 코스터만 사왔는데 가게 이릉믈 적어놓지 않아서 아쉽. (@카스카이스, 2024.06)


다 너무 예뻤지만 포스터는 모양을 유지하면서 가져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고민하다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새겨진 티 코스터를 두 개 샀다. 계산하시는 분이 매우 매우 친절했는데 말 끝마다 'darling'이라고 불러주었다. 그러면서 이 가게의 제품들은 지역 아티스트들이(?) 만든 거라 내가 산 물건의 몇 퍼센트는 그들에게 직접 도네이션 된다는 설명까지 해줬고 물건을 사고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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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자그마한 하이냐 해변. (@카스카이스, 2024.06)

카이카이스의 숨겨진 해변이라는, 아주 작은 하이냐 해변을 보고 기차역으로 갔다. 플랫폼으로 나갔더니 방금 전에 기차가 하나 출발해서 기다려야 되겠네… 했는데 다음 기차가 미리 와있었다. 이럴 때 그 유명한 장원영의 러키비키 쓰면 되는 거지?


아이고, 기차를 눈앞에서 놓치다니 재수가 없네 ㅠㅠ (X)

아이고, 사람 없는 기차에 먼저 타니까 원하는 자리에 골라서 앉아갈 수 있겠네 ^^ (O)


그렇게 원영적 사고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면서 익숙한 곳인 리스본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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