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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알록달록 페나성을 반찬 삼아 점심 먹기

포르투갈 근교 도시 신트라 여행기

by 세니seny

신트라 역 하차.


기차역을 나가자마자 호객이 장난 아니다. 나는 혼자 왔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돌아다닐 예정이다. 좀 나가야 버스정류장이 있는 줄 알고 당당하게 직진해서 나갔는데 잘못 갔다. 다시 돌아와서 관광안내소에서 버스 정보를 물어본 뒤 버스 원데이패스는 안 사기로 결정했다.


버스는 곧 출발했고 차만 안 막히면 금방 갈 거 같은데... 시내는 길이 하나고 주말이라 그런지 차도 많아서 40~50분 정도 걸려서 내렸다. 버스에 안내방송은 없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무어인의 성이랑 페나성에서는 운전사 아저씨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듯 안내방송을 해주셨다.


페나성 도착.


P20240615_120505464_FFAB776A-7D4B-45C3-AE4B-F8FC7FF24A9A.JPG 이런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페나성 입구, 2024.06)


사람들 따라서 걸어가면 된다. 표 끊고 바로 입장했는데 여기서 한 10~15분 걸어야 된단다. 나는 내부입장 예약을 안 했고 겉에만 볼 거라 시간 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걸었다. 여기가 바람이 많이 분다더니 진짜였다. 바람막이 입어도 쌀쌀한데 안 입었으면… (절레절레)


조금 걸어 올라오니까 보였다!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탑 모양과 노란색으로 칠해진 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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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페나성.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페나성, 2024.06)


개인적으로 성 안에 안 들어가길 잘한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밖에서 보는 게 더 좋았다. 성을 바라보면서 원래 오늘 아침에 먹으려고 사뒀던 팡 오 쇼콜라를 점심 대용으로 먹었다. 그러니까 어떤 식당보다도 좋은 뷰를 앞에 두고 점심을 먹었다는 거다. 이런 식으로 그 장소에서 시간을 천천히 보내면 기억에 확실히 남는다. 이게 패키지 여행보다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가만히 오래 서 있으니 좀 추웠다.


조금 전에 나를 기준으로 왼쪽엔 일본어를 쓰는 일본인 대가족이, 오른쪽엔 프랑스어를 쓰는 프랑스 남자애들이 있었다. 양쪽에서 내가 아는 언어가 들릴 때 나는 더 잘 들리는 쪽, 거의 구십 프로 이상을 이해하는 일본어 쪽으로 귀가 기울어졌다. 일본인 가족이 떠나고 나니 중국어로 통화를 하는 남자가 나타나서 졸지에 중국어 대화도 들었다.


원래는 여행 코스에 욕심을 부려서 헤갈레이라 별장까지 가려고 했다. 아마 버스 원데이패스를 샀으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갔을 거다. 하지만 버스 시간에 쫓기기 싫어서 페나성하고 호카곶, 딱 두 군데만 가기로 했다.


P20240615_124710674_D953C2E2-7C5A-44BC-AC49-8F353D4BF6CD.JPG 페나성을 둘러싸고 있는 능선. 산 보고 등산 마려운 초보 등산러. (@페나성, 2024.06)


성 건너편의 산을 보니 한국의 산이 떠오른다. 나는 봄과 가을 주말에는 꼭 등산을 가는데 올해는 4월 중순부터 유럽에 왔기 때문에 봄에 등산을 거의 못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제 여름이기 때문에 당장 등산은 어렵다. 거 참 등산 마렵네. 산을 싫어하던 내가 등산의 맛을 알게 될 줄, 등산에 집착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노래 한 곡을 듣고 나서 천천히 내려왔다. 페퍼톤스의 <바이킹(가사 없는 앨범 미수록 버전)>과 토이의 <여름날>을 들었는데 여름날 가사가 너무 좋았다. 우연히 바이킹 다음에 있어서 나온 노래인데 이따 호카곶에서 들어도 엄청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서 온 내가 그 반대쪽의 끝에 설 수 있다니, 벌써부터 두근두근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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