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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대서양을 찾아서 떠난 포르투

대서양까지 자전거 타고 나가보기

by 세니seny
꺄울. 강이다 강!!! (@포르투, 2024.06)


골목길을 돌고 돌아 언덕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저 멀리 물이 보인다!! 강이야!! 골목 사이로 보이는 한 줄기 물줄기를 보고는 불평불만으로 얼어 있던 포르투에 대한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내가 이 풍경을 보려고 온 거구나. 그럼 됐어. 강변에 서서 노래를 몇 곡 듣다가 정해둔 일정인 자전거를 타러 자전거 렌트샵으로 향했다.



구글맵에 보증금 안 받고 친절하다는 평이 많은 자전거 가게로 갔다. 그랬는데 그 사이 주인이 바뀐 건지 알바인 건지 필요한 건 다 설명해 줬지만 후기에 쓰여있는 것만큼 친절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난 두어 시간이면 충분한데 무조건 4시간 요금을 내야 해서 그건 좀 별로였다.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일반 자전거로는 절대 무리일 거 같아 전기자전거를 빌려 출발했다.


그런데 나는 아까 서서 노래 듣던 강변길을 쭉 따라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엔 트램길을 따라가다 나중엔 그냥 차도 한쪽을 따라가는 거였다. 아오, 존나 위험하잖아! 난 자전거는 무조건 공원 아니면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만 타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그 덕에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외국에서 다치고 싶진 않단 말이야.


아무래도 처음에 생각했던 마토지뉴스 해변까지는 도저히 못 갈 거 같다. 내가 거기까지 당연히 갈 수 있다고 자신했던 건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대서양 앞마당까지는 가자. 바로 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 그 지점은 앞으로 약 5km를 가야 했다. 지도 상은 20분 거리였는데 나는 그 두 배인 40분이 걸려 도착했다. 그래, 바다 봤으면 됐지 뭐. 마토지뉴스 해변은 내일 편하게 버스 타고 갔다 오자.


빨간색으로 표시한 길이 내가 자전거 탄 길. 마토지뉴스는 좌측 상단 위 파란색으로 표시. (@포르투, 2024.06)


짜-잔. 이것이 대서양. (@포르투, 2024.06)


대서양이 바로 이렇게 코앞에 있으니 나만 해도 마음이 드릉드릉해서 자전거를 끌고 차도로 주행하면서까지 기어코 왔다. 그런데 과거의 사람들에겐 이 대서양을 통해 어딘가로 나가고 하고자 하는 욕구가 드는 건 아주 당연한 마음이었겠지. 그래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그렇게 남들보다 빠르게, 누구와는 다르게 식민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신대륙을 찾아 나선 것이리라.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직접 와 보니까 체감이 확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 가만 보니까 강가 쪽으로 만들어져 있는 인도는 걷는 사람이 대부분이긴 한데 자전거도 오가네? 나만 괜히 차도로 개고생 하며 온 거구나. 그래서 올 때는 반대편에 있는 인도로 마음 편하게 왔다.


자전거 반납하기 전에, 대서양 다녀온 자전거와 한 컷. (@포르투, 2024.06)


그리고 자전거를 반납하러 갔더니 두 시간 요금만 받았다. 그리고 숙소 근처 슈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아까 자전거 가게 간다고 신나게 내려왔던 길을 고스란히 올라가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제길.


다른 건 몰라도 이 얼토당토않은, 어마무시한 경사의 언덕길 때문에 나에게 포르투는 점수가 많이 깎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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