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까지 자전거 타고 나가보기
골목길을 돌고 돌아 언덕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저 멀리 물이 보인다!! 강이야!! 골목 사이로 보이는 한 줄기 물줄기를 보고는 불평불만으로 얼어 있던 포르투에 대한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내가 이 풍경을 보려고 온 거구나. 그럼 됐어. 강변에 서서 노래를 몇 곡 듣다가 정해둔 일정인 자전거를 타러 자전거 렌트샵으로 향했다.
구글맵에 보증금 안 받고 친절하다는 평이 많은 자전거 가게로 갔다. 그랬는데 그 사이 주인이 바뀐 건지 알바인 건지 필요한 건 다 설명해 줬지만 후기에 쓰여있는 것만큼 친절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난 두어 시간이면 충분한데 무조건 4시간 요금을 내야 해서 그건 좀 별로였다.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일반 자전거로는 절대 무리일 거 같아 전기자전거를 빌려 출발했다.
그런데 나는 아까 서서 노래 듣던 강변길을 쭉 따라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엔 트램길을 따라가다 나중엔 그냥 차도 한쪽을 따라가는 거였다. 아오, 존나 위험하잖아! 난 자전거는 무조건 공원 아니면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만 타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그 덕에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외국에서 다치고 싶진 않단 말이야.
아무래도 처음에 생각했던 마토지뉴스 해변까지는 도저히 못 갈 거 같다. 내가 거기까지 당연히 갈 수 있다고 자신했던 건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대서양 앞마당까지는 가자. 바로 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지점. 그 지점은 앞으로 약 5km를 가야 했다. 지도 상은 20분 거리였는데 나는 그 두 배인 40분이 걸려 도착했다. 그래, 바다 봤으면 됐지 뭐. 마토지뉴스 해변은 내일 편하게 버스 타고 갔다 오자.
대서양이 바로 이렇게 코앞에 있으니 나만 해도 마음이 드릉드릉해서 자전거를 끌고 차도로 주행하면서까지 기어코 왔다. 그런데 과거의 사람들에겐 이 대서양을 통해 어딘가로 나가고 하고자 하는 욕구가 드는 건 아주 당연한 마음이었겠지. 그래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그렇게 남들보다 빠르게, 누구와는 다르게 식민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신대륙을 찾아 나선 것이리라.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직접 와 보니까 체감이 확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 가만 보니까 강가 쪽으로 만들어져 있는 인도는 걷는 사람이 대부분이긴 한데 자전거도 오가네? 나만 괜히 차도로 개고생 하며 온 거구나. 그래서 올 때는 반대편에 있는 인도로 마음 편하게 왔다.
그리고 자전거를 반납하러 갔더니 두 시간 요금만 받았다. 그리고 숙소 근처 슈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아까 자전거 가게 간다고 신나게 내려왔던 길을 고스란히 올라가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제길.
다른 건 몰라도 이 얼토당토않은, 어마무시한 경사의 언덕길 때문에 나에게 포르투는 점수가 많이 깎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