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끝나고 난 뒤 생긴 마음의 변화
여행을 갔다 온 직후에는 별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다 되어가니까 오히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마음의 변화 그 첫째. 고작 두 달 살다 온 것… 아니 살다 온 것도 아니고 체류를 조금 길게 하다 온 거긴 하지만 어쨌든 뭐만 하면 자꾸 유럽 생각이 난다.
수영장 가서 천장을 바라보면서도 ‘파리에선 에펠탑 보이는데서 수영했는데…’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유럽이라면 이랬을 텐데…’. 그게 아니면 자꾸 유럽에서 먹은 음식들도 떠오른다. 별 거 아닌 올리브도 참 맛있었고 밀가루로 된 음식을 먹고 다녀도 속이 괜찮았는데. 아니, 사실은 무슨 말만 해도 '유럽에선 이랬는데' '그때 그거 먹었었는데'와 같이 모든 대화의 결론이 유럽행이다.
전에는 여행을 가도 아무리 길어봤자 2주니까 여행 다녀와서도 금방 한국인 모드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후유증이 좀 크다. 나의 일부가 다른 나라의 공기와 바람을 머금고 있는 느낌. 그래서 조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두 달 여행한 내가 이 정도니 하다 못해 6개월이나 1년씩 살다오고 또 그 이상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오랜만에 한국에 오면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한국인데도, 나의 정체성은 한국사람인데도 한국 사회와 이질감을 느끼는 게 당연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웃긴 건 또 그 나라로 돌아가면 분명 한국적인 마인드나 생활습관 때문에 여기는 적응 못하겠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 거지.
마음의 변화 그 둘째. 아무래도 한국에 가면 나도 비슷한 업종-여행, 관광업계-에 근무하게 될 테니 여행지에서 만나는 가이드들을 유심히 보게 됐다. 그리고 여행 관련 업계 뉴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게 되었다.
전자의 경우는 내가 참여한 투어의 가이드가 하는 멘트나 진행방식을 보며 배울 건 없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후자 관련해선 올해 1년에 시험이 한 번 있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한다. 관광통역안내사는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증이 주어지므로 필기시험부터 합격해야 한다. 필기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인터넷으로 관광 용어나 관련 내용을 자주 찾아보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유튜브 알고리즘에도 관련 뉴스들을 추천해 주는거겠지. 하지만 옛날보다 그런 뉴스가 눈에 띄고 나도 관심이 간다.
태국인들 무비자 입국 시켜줬더니만 들어온 사람 중에 7,80%가 불법체류자로 넘어가고 경주 어느 야산에는 아슬아슬하게 땅에 닿을락 말락 엎어져 있는 거대불상이 있다던지 또 김해에 있는 가야고분군이 202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던지 하는 것과 같은 뉴스들. 이전 같았으면 관심 없이 휘리릭 넘겼을 뉴스들이 이제는 흥미진진하고 새롭게 느껴진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 중 가장 길었던 두 달간의 여행. 앞으로의 내 인생이 어떻게 될 진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직업 전환을 위해 생활이 불안정해지므로 짧은 건 물론이고 길게는 더더욱 여행을 갈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 여행 중에도 다음 여행을 위한 씨앗을 여기저기 뿌려두었다. 어떤 형태로 다음 여행들이 펼쳐질지 기대하면서 당분간은 나처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우리나라에 오는 여행객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