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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피렌체의 어느 하루 이야기

휘리릭 둘러본 우피치 미술관 그리고 다시 오른 미켈란젤로 언덕

by 세니seny

숙소에 잠깐 들러서 아침에 산 바나나랑 물도 놓고 화장실도 들렀다.


오늘의 오후 일정은 피렌체에 오면 거의 100% 모든 사람들이 들르는 우피치 미술관이었다. 그런데 숙소에 갔는데 문이 열려있고 안에 아무도 없었는데... 괜찮은 건가? 주인이 상주하는 숙소가 아니라 좀 불안하다. 아무튼 화장실도 보고 짐도 놓고 가볍게 하고 다시 나왔다. 버스 타고 오면서 시내구경을 했다.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좀 걸으니 미술관에 도착했다.


나는 투어를 별도로 예약하지 않아서 그냥 관람하거나 오디오가이드를 들어야 했다. 그런데 우피치 미술관 공식 오디오가이드에는 한국어가 없어서 별생각 없이 영어보다 일본어가 편하겠지 싶어 일본어로 빌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도중에 생각이 바뀌어서 마이퍼스트가이드앱에서 한국어 가이드를 다운로드하으려고 보니 애플스토어 인앱결제 하라고 꼬이면서 결제가 안 됐다. 그래서 강제로 일본어 오디오가이드를 들었다. 영어보다는 듣기 쉬웠지만 한두 개도 아니고 나오는 외국인 이름마다 전부 일본식으로 발음하는데 영 듣기가 어색했다. 이건 가이드를 듣는 게 아니라 이름 듣고 누군지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는 기분.


우피치 미술관 관람. 오후에 갔는데도 사람이 많다. (@피렌체, 2024.05)


우피치 미술관은 워낙 방대하단 소리를 들어서 보티첼리 두 작품하고 트리뷰나 방 그리고 루벤스 작품 등 유명한 거만 중점적으로 봤다. 보티첼리의 봄과 비너스의 탄생을 원화로 봤다는 거 자체만으로 굳굳. 그렇게 두어 시간 제일 태양 뜨거울 시간을 박물관에서 보내고 나왔다.


늦은 오후로 접어드는 기가 꺾인 햇살을 맞으며 베키오 다리에 갔다. 처음 유럽여행을 온 2009년에 사진을 찍었던 걸로 추정되는 자리에서 셀카로 사진을 찍었다. 이제 다음엔 언제 오려나?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미켈란젤로 언덕이다. 미켈란젤로 언덕은 미술관에서 좀 걸어야 하는데 아까 점심을 좀 빨리 먹었더니 기운이 없다. 아오, 그냥 걷기만 하는 건데도 힘드네. 올라가서 뭐라도 사 먹어야지. 그래도 아르노 강을 따라 걸으며 보이는 풍경이 참 예뻤다.


길을 가던 도중에 한국어로 크게 '약속'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검정 티셔츠를 입고 지나가는 외국인을 봤다. 그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최소한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는데 키가 커서 그런지 엄청 빨리 스쳐 지나가버렸다. 길거리에서 만난 한국어가 써진 티셔츠를 입은 청년, 나에게 잠깐의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피렌체, 2024.05)


걷다 서다 하며 도착. 2009년 사진과 비슷한 각도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먼저 좀 먹자 싶어 핫도그와 페로니 맥주를 주문했다. 페로니가 두 종류 있던데 (갈색병과 초록병)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겠고 갈색병을 줬다.


핫도그를 만들어주는 동안 맥주부터 먼저 마셨는데 뭔가 우리나라 맥주랑 맛이 비슷했다(negative). 핫도그는 케첩과 마요네즈라는 이상한 조합의 소스를 뿌려 주었으나 성의 있게 빵과 소시지를 구워줘서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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