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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뮤 May 30. 2023

미래 나의 글집의 서문

다시, 꾸준히 글을 쓸 결심을 하고 나서는, 내가 앞으로 써나갈 글들을 나중에 모았을 때 그 서문에 들어갈 법한 글을 써본다. '내가 초심자였을 적에'라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대목에서 나는 이 글을 찾아볼 것이다.


**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감들

- 일터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 인간과 삶에 대한 고찰 (에피소드 형식)

- 예전에 쓰다 말았던 SF소설 (장편 소설)

- 글쓰기 모임에서처럼 하나의 테마가 주어진 에세이

- 냉정과 열정사이 같은 공동집필 소설

... 계속 추가될 예정!


이쯤에서 다시 되짚어보고 싶다. 나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내가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감수성이 풍부한 고등학생 시절 일기를 쓰면서부터였다. 하나 특이했던 점은, 일기는 나 자신만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누가 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내용을 비밀스럽게 함축적으로 썼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의 이름은 절대 등장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의 이름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나 아빠조차도. 나는 글에서 그 누구도 지칭하지 않았고 목적어가 없는 문장이 대다수였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일기장에 쓰는 내용은 대부분 좋은 얘기보다는 나쁜 얘기였기 때문이다. 기분 상하고 힘들고 슬픈 이야기들. 나의 힘든 심정을 누구에게도 완전히 솔직하게 털어놓지는 못하는 내 성격은 이때부터 형성된 게 틀림없다. 굳이 내 힘든 얘기를 꺼내야 할 때는, '힘들지만 괜찮아' 라며 웃어 넘기기 일쑤였다. 사실 괜찮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괜찮다'라는 단어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버려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괜찮지 않은 내 마음을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이 세상이 싫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제멋대로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하고 죄책감을 가지지 않을 수가 있다니...! 가끔씩은 그런 사람들의 눈치 없는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는 태도가 내게는 종종 필요하다.


일기장에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고등학생 시절의 나처럼, 지금 다시 한번 그런 글을 써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때보다는 조금 더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내 마음을 드러내고 싶다. 요즘 드는 생각은, 사람들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지만, 그 와중에 누구나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내 마음을 대신 챙겨줄 수는 없다. 아무리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내 내면세계의 수많은 생각 하나하나까지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는 없다. 내 마음이 흑화 되지 않게 마음의 꽃밭을 가꾸는 일은 내가 스스로 열심히 해야 할 일이다. 지금의 나는 분명 예전만큼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풍파를 겪던 그 시기보다 과연 건강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이 시기를 나는 스스로 삶의 안정기라 자부하면서 글쓰기 그런 게 뭐가 필요하냐고 자만하다가 마음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해온 것이다. 그렇게 말로도 글로도 뱉어지지 못하고 꾹꾹 눌려 담긴 감정들이 이제는 참을 수 없다며 마음의 벽을 긁어대며 구멍을 내고 틈을 비집고 삐져나오는 중이다. 


나는 슬픔과 고통이 문학의 원천이 된다는 말에 이백프로 공감한다. 글쓰기를 통해 슬픔과 고통이 정화된다는 것을 믿는다. 나는 사실 우울을 즐기는 편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울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을 즐긴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우울이 아름답고 멋진 무언가로 변화되는 것을 분명 느낀다. 지금도 느끼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느끼고 싶다.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싶고 써야 한다. 그러니까 내게 있어 글쓰기라는 건 생존에 꼭 필요한 필수품 보따리 같은 거랄까.


2023.05.30. 22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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