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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Young Kim May 08. 2016

첫 출간이후 두 달, 다시 펜을 들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것이 나의 존재 양식

헬로 데이터 과학이 출간된지 두달이 지났다. 그동안 회사 일 이외에 특별히 뭔가 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유롭게 지냈다. 2월 중순에 손을 다쳐 한동안 깁스를 하고 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와이프와 드라마 '태양의 후예'도 시청하고 혼자 멍하게 넷플릭스를 몇 시간이고 보기도 했다. 분명 책 작업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지만 저녁도 주말도 없이 일년 넘게 달려운 피로감을 풀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책 작업을 통해 스스로 데이터에 대해 생각하던 바를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었고, 조각 조각 쌓아가던 지식을 일관된 체계로 정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내적인 동기와 만족감이 없었다면 일년이라는 시간을 일관되게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책이 비교적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도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데이터'라는 주제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생각이 마음에 들어설 여지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조정래 작가의 말처럼 '글감옥'에 들어가 데이터 이외에는 어떤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 자제력이 없었다면 몇년이 걸려도 책을 끝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그 결과물이 세상의 빛을 보았으니, 글감옥에서 나와 원하는 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정신적 자유를 누려볼 생각이다. 


흥미롭게도 막상 글쓰기를 멈춘 것은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밤마다 글을 쓰면서 일년을 보내며 책만 다 쓰면 이제 이 생활도 끝이라고 자위했건만 말이다. 음식을 섭취한 후에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찌꺼기를 내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듯, 마음에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들을 글이라는 틀에 담아 내보내는 과정이 정신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생각을 발전시키고, 생각하는 힘이 키워지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좀더 큰 글쓰기의 효용은 소통의 수단으로서일 것이다. 책을 쓰는 동안 새벽 2시까지 글쓰기를 다반사로 하면서도 별 피로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보람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이렇게 비교적 작은 노력으로 즉각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요즘의 작가들은 인터넷 이전 세대에 비해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당분간 데이터에 관한 것이든 아니든 자유롭게 써볼 생각이다. 그래서 다시 펜을 들었다. 물론 필자의 글쓰기는 자판을 두드린 결과물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디어를 얻고 발전시키는 과정은 종이에 펜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손에는 보통 그윽한 향의 소이 라떼가 들려 있다.) 아마도 '펜을 든다'는 행위가 무의식중에 창작의 회로를 켜는 모양이다. 펜을 한참 움직여 생각의 뼈대를 세운 다음에야 비로소 자판을 두드릴 준비가 갖춰지는 것이다.


철새는 때가 되면 새 보금자리를 찾아 수천킬로를 날아가고, 상어는 생존을 위해 한순간도 헤엄을 멈출 수 없듯이 모든 생물에는 각자의 존재 양식이 있다. 일년동안 글감옥에 갖혀있다 나온 이후에도,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끊임없이 뭔가 배우고, 만들고, 그리고 쓰는 것이 나의 존재 양식임을 느낀다. 잠은 부족하고 시간에 항상 쫒겼지만 마음 깊숙히 뭔가 뿌듯함으로 가득했던 집필 기간의 열정을 되찾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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