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백화점, 핀테크: 시스템 위에서 춤추는

환율 우대와 정산 구조의 비밀

by LIFOJ

1. 환율 우대와 정산 구조의 비밀

한 중국인 관광객이 명동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한다.
QR코드를 스캔하자마자 결제가 끝난다.
수수료는 0%, 환율도 우대 적용.
매장은 기쁜 마음으로 정산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 QR코드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다.
그 뒤에는 해외 정산망, 환율 설정권, 외화 이전 구조, 무신고 외환 흐름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리고 그 복잡함은 누구에게도 설명되지 않는다.


2. 결제는 한국에서, 돈은 외국에서

해외 고객이 한국 면세점에서 결제하는 순간,
그 결제는 한국 결제망을 거치지 않는다.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등 중국계 결제망을 사용하는 경우,
결제 내역은 중국의 결제망 서버로 전송되고,
해외 정산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정산은 국내 은행이 아닌,
중국 또는 제3국에 위치한 결제 플랫폼의 법인 계좌를 통해 이뤄진다.
그 결과, 돈은 한국 땅을 한 번도 밟지 않고 정산이 끝난다.

소비자는 한국에서 결제했지만,
실제로는 국외 결제가 된 셈이다.


3. 국경 밖에서 이뤄지는 정산

이 구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 외환 시스템을 전혀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결제가 이뤄진 장소는 서울이고,
상품을 판 주체도 한국 기업이지만,
외화 유입은 국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PG사도, 은행도, 외환당국도 이 결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냥 하나의 외국계 플랫폼이 결제를 승인하고,
해외 계좌에서 국내 기업에 돈을 보낸다.
심지어 일부 플랫폼은 외화를 그대로 보유하고,
국내 기업에게는 환율 적용된 원화로만 지급하기도 한다.


4. 외환 통제는 통계에서 사라진다

한국은 명목상 자본 자유화 국가지만,
여전히 외환 흐름에 대한 통계와 신고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 정산 구조는 신고 의무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50억 원의 외화 결제가 있었다고 하자.
하지만 외환통계상 이 거래는 한국에서 발생하지 않은 거래로 잡힌다.
수출입 통계에도 반영되지 않고, 외화 유입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실제보다 덜 수출하고, 덜 외화를 벌어들이는 나라처럼 보이게 된다.


5. ‘합법적’이라는 이름의 회색지대

이 구조는 법적으로는 문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결제가 고객의 동의 아래 이뤄졌고,
상품도 정상적으로 판매되었으며,
국내 정산도 실제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구조가 정상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산 구조, 환율 설정, 외환 송금, 세금 신고 등 모든 흐름이
플랫폼 내부의 규칙에 따라 작동하고 있고,
국가의 통제권은 사라진 상태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 문제가 아니다.
국가 시스템 밖에서 작동하는 경제 구조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6. 우리는 진짜 통제하고 있는가

디지털 결제, 간편송금, 글로벌 정산.
이 모든 기술은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편리함은 통제를 포기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누구도 환율을 설명하지 않고,
누구도 외환 흐름을 확인하지 않으며,
누구도 정산 구조에 대해 묻지 않는다.

플랫폼만이 모든 흐름을 알고 있다.
그들은 중앙에서, 모든 것을 통제한다.
그리고 국가는 그 ‘외부자’가 되었다.


마무리 질문

당신이 해외 고객에게 결제받은 그 돈,
정말 한국에 들어온 적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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