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왜 눈을 감는가
대한민국은 외환거래 자유화 국가다.
하지만 ‘자유’와 ‘무질서’는 다르다.
외환법, 전자금융거래법, 금융실명법, AML(자금세탁방지) 등
명확한 규정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 규정들이 디지털 결제 생태계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조는 새롭게 진화했지만,
감독은 여전히 예전 방식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감독 시스템은 존재하지만, 현실은 시스템 바깥에서 벌어진다.
해외송금 관련 민원이 들어가면 기획재정부 외환정책과로 연결된다.
전자금융 관련 허위 광고 문제는 금융감독원 전자금융팀,
자금세탁방지는 FIU(금융정보분석원),
소비자 피해는 공정거래위원회,
세무 신고 문제는 국세청.
모든 부처가 ‘일부분만 담당’하고, 아무도 전체 구조를 책임지지 않는다.
그 사이에 플랫폼은
“우리는 금융회사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규제를 벗어난다.
그리고 감시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담당 부처는 저희가 아닙니다.”
많은 송금 플랫폼은 말한다.
“우리는 고객이 보낸 돈을 중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유한 외화를 지급할 뿐입니다.”
이 한 문장으로,
그들은 송금업자도 아니고, 금융기관도 아니다.
전자금융법은 ‘실제 자금을 중개하는 행위’를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정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플랫폼은 형식적으로는 외화를 보유한 법인이 직접 지급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 구조는 금융회사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금융회사가 아닌 척할 수 있게 만든다.
외환감독은 여전히 종이서류와 한도 규제 중심이다.
수출입 신고서, 지급증빙서류, 환전 사유서,
이 모든 것은 실물 무역과 은행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자금은 QR코드 하나로,
혹은 앱 상에서 지갑 간 이동만으로
국경을 넘고, 계좌를 건너뛴다.
감독 시스템은
‘누가 외화를 들여오고 내보냈는가’에 대한 실질 파악 기능이 없다.
대부분의 외환이
한 번도 금융감독의 눈에 포착되지 않은 채 플랫폼 내부에서만 이동한다.
한 금융공무원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핀테크는 산업부, 자금세탁은 FIU, 송금은 기재부, 광고는 공정위, 사용자 피해는 방통위 소관입니다.”
이 말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각 기관은 자신이 맡은 ‘조각’만 보고
전체 구조의 윤리적, 정책적 문제는 서로에게 미룬다.
그 결과, 누구도
“이 시스템은 중대한 규제 회피를 유도하고 있다”
“외화가 빠져나가고 있다”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규제가 유연해진 게 아니다.
책임이 분산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구조는 가장 취약한 사람에게 리스크를 전가한다.
환차손은 소상공인이,
불완전한 환율은 소비자가,
보고 누락은 회계팀이,
감독 실패는 세금으로 떠넘겨진다.
그 어떤 플랫폼도 직접 책임지지 않는다.
그리고 시스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오늘도 결제를 승인한다.
규제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시스템이라면,
그건 규제가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