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연습 일기 3

by winter piano studio

지지부진한 연습의 기록이 될 것 같다.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성장을 꿈꾸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얼마만큼 더 성장해야 되는지 끝이 없어서, 도착점이 어딘지 몰라서 막막하다. 그럴 때는 해파리처럼 파도를 따라 목적지까지 가 닿을 때까지 유영하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도착하겠거니’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폭풍우에 휩쓸려 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위기를 몇 번을 넘고도 멈추지만 않으면 언젠가 닿을 것이다. 파도가 내가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음악의 바다에 있다고 믿을 수밖에. 그리고 도착하는 곳이 내가 원했던 곳이라고 믿는 것이다.


오랜만에 연주를 하고 고작 한 곡 연주 했을 뿐인데, 기진맥진하다. 일 년에 100회 이상 연주한다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어떤 기분이 들까? 심지어 리사이틀이면 1시간 20분에서 거의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연주를 하고, 협주곡이라고 해도 30분 가까이 혹은 1시간이 넘는 협주곡이 있으니 어미어마한 집중력과 체력이 아닐까. 세상엔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 산다. 아득히 멀고 멀다. 평생을 악기 앞에서 진심으로 헤엄쳐 왔기에 고래가 될 수 있었겠지? 스스로 헤엄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아직 이제 갓 서른을 넘긴 나이라는 게 더 무섭다.


오늘은 드디어 새 곡을 연습한다. 가장 애정하는 작곡가이자 혁명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c minor의 조성도 너무 좋고 고전의 정수로 느껴지는 형식미 또한 너무나 매력적인 곡이다. 오케스트라 부분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상상해 본다. 여기는 현악기군, 여기는 목관악기, 그리고 웅장하게 팀파니까지. 아름답다. 실제로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면 어떤 기분일까. 잠시 상상해 보며 압도되지 않도록 더 음악을 만드리라 다짐해 본다. 오늘 조금 신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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