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연습 일기 2

by winter piano studio

첫눈이 매섭게 왔다. 첫눈은 두껍고 날카롭고 미숙했다.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는 것을 날씨도 말해주는 것 같다. 양 조절에 실패해서 폭설을, 얼마만큼 추워야 하는지 헛갈려서 진눈깨비와 우박을, 추위를 유지하지 못해서 금세 비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오기도 했다. 망설임이 있었는지 겁이 났는지 조금만 흩날리는 옅은 눈발만 만들기도 했다.


이 눈이라고 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하늘에 있는 너도 보았을까. 세상 모든 것은 다 한 번에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 더 알았더라면, 더 알려줬더라면 지금 보일러 방바닥의 온기를 느끼며 붕어빵을 같이 먹고 있을 것 같다. 요즘 물가가 다 올랐다며 3개에 이천 원하는 붕어빵을 야금야금 아껴먹으며 한숨 쉬는 너에게 나는, 돈도 안 벌어본 네가 무슨 한숨이냐면서 맛있게나 먹으라고 했겠지.


그리고 나는 연습하러 갔겠다. 첫눈에 어울리는 연습곡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낭만을 챙기기엔 여유가 없음을 깨닫고 어제와 같은 곡을 연습하겠다. 뒤숭숭한 마음을 그대로 접어두고서. 또 한음, 한음, 만들어가야지. 무대에서 빛나는 건 내 드레스가 아니라 소리가 되길 바라면서. 음악으로 만들어가야지.


나는 내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테크닉은 좀 괜찮은 편이다. 솔직히 테크닉도 사실 훌륭하진 않는데 적당히 얼버무릴 수 있는 꼼수를 쓴다. (여기서 웃었다면 무슨 꼼수인지 당신은 알고 있겠다.) 미숙함을 잘 숨기는 것. 가짜는 언젠가 드러나겠지. 이미 드러났는데 나만 모르고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깨끗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볍고 살랑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사뿐히 첫눈처럼.


첫눈이 왔다. 전국적으로 눈이 올 것이라고 했다. 기상청에서 예보한 대로 눈이 오긴 했다. 수도권은 폭설이 내렸고, 산간지방은 대설로 인해 큰 사고가 날 정도로 왔다고 한다. 그리고 남부지방은 비와 눈이 섞인 것이 내렸다고 했다. 같은 눈 구름이어도 어디에서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구나. 수증기와 물방울이 가득한 재능이어도 쏟아 낼 수 있는 무대가 적당하지 않았다면, 비일지 눈일지 내려야 아는 것일까. 그렇지만 나는 눈이 펑펑 쏟아질 차가운 대기가 되어도 고작 소금같이 눈인지도 모르게 흩날릴 뿐이라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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