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말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말로 표현이 어렵다.
음악가라면, 모름지기 음악을 전공을 했다면, 피아노 앞에 앉아 마음을 울리는 곡조를 하나 연주할 것이라는 멋진 편견.
그냥 악기 앞에 다시 앉을 뿐이다.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내 소리에 담기지 않는다.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술가라는 허울뿐인 명함 앞에서 간신히 허우적 댈 뿐, 예술가가 아니다.
너울에 따라 헤엄치며 얻어낸 결과들로 어슴프레 예술가 증빙을 겨우 달게 된 ‘법적예술가’인 것이다. 웃긴 말이다. 법적예술가라니.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인정한 예술가만이 진정한 예술가일까. 막상 증빙서류를 받고 나니 멋쩍은 기분이 일렁인다. 그래도 좋다고 SNS에 한 번 올려본다. 작업 환경에 따라 증빙 서류 제출이 어려워 증빙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운이 좋은 케이스인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노래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걸 해내야 나로서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예술가인 것 같다. 말 한마디 할 줄 아는 연주자. 겉으로라도 예술인이 되고 싶어 증빙 서류로 입을 가린다.
오늘 연습은 작곡가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이다. 내일 연습도 이 곡을 연습하게 될 것이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이 곡을 연습할 것이다. 연주가 2주쯤 남았는데 그만 치고 싶다고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억누르며 음악을 만들어간다. 첫 음부터 속이 시원치 않다. 12번의 종소리를 피아노로 내야 한다. 균일하게, 고르게, 하늘로 소리를 울려 죽음이 깨어나 춤출 수 있도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말한 심장을 때리는 소리란 무슨 소리일까. 12번 내 머리를 내리치면 심장을 때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농담이나 진심은 조금 섞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소리도 어쩔 수 없이 내 소리임을, 인정해야 할 뿐일까. 잘하고 싶다.
오늘은 무던히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쁘다. 그렇지만 오늘도 말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