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습하는 곡은 연습을 하게 된 이야기가 조금 길다. 특별히 선곡에 이유가 있겠나 싶겠지만, 연주로‘만’ 먹고사는 연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선곡은 상당히 고심하게 된다.
아주 유명하고도 멋진 곡. 부조니의 샤콘느이다. 작곡가 부조니는 1866년에 태어나 1924년에 떠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고 생각보다 최근의 사람이다.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콩쿠르도 있을 만큼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임에 틀림없다. 특히 샤콘느는 그의 곡 중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를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한 곡이다. 정말 어렵고 정말 멋지다. 그래서 도전이 항상 두려웠고 너무나 연주하고 싶은 곡이었다.
작년 5월에 같은 무대에 서게 된 선생님의 프로그램이 이 곡이었는데 키도 나보다 10센티는 작은 사람이 이렇게 짱짱한 사운드가 나올 수 있다니! 처연한 주제를 덤덤하고 담백하게 시작하여 화려한 마무리까지! 갖고 싶은 소리였다. 연주가 끝나고 선생님께 정말 대단한 연주였다고 말씀드리면서 저도 꼭 하고 싶은 곡 중 하나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그녀의 답변은 아주 심플했다.
“그럼 치세요!”
아!? 그렇구나! 하면 되는구나? ‘어려워서 힘든 것 각오하세요!’라는 말도 아니고 하고 싶다면 그냥 하라니. 이렇게 명쾌할 수가. 그렇지만 당장 연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올해 봄, 교수님께서 이 곡으로 독주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대된다는 말과 함께 정말 하고 싶었던 곡이어서 꼭 보러 간다고 말씀드렸다. 교수님께서는 그럼 같이 치자고 해서 얼떨결에 함께 같은 곡을 연습하게 되었다.
응원은 의외로 간단했고 동기는 쉽게 점화된다. 그래서 치게 되었고 반년 간 손가락을 갈아서 쳤고, 나는 연주를 못 올렸지만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은 정말 기쁘고 힘들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내년의 연주를 위해.
이 곡을 정말 하고 싶었던 이유는 딱히 뭐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연습하면서 든 생각은 주제가 등장하고 계속해서 변주되는 변주곡 형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변주곡 형식은 어쩌면 사람 사는 모습같다. 각각 다 다른 곡 같은데 중심 주제는 같고, 모든 변주가 곡의 진행을 위해 다 필요한 것이기에. 각각 다양성의 소중함과 타인 같지만 같은 중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한 곡을 만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