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뛰드와 소나타. 화장품 이름이 아니며 승용차 이름이 아니라 음악 작품 형식이자 작품 명이다. 나는 치장에 관심 없고 차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 때문에 기껏 알아야 녹차, 홍차 같은 차종류(tea)를 알았던 것이다. 커피 칸타타는 바흐의 커피 사랑이 담긴 칸타타 형식의 작품인 것만 알았는데 커피 제품명이라는 것. 모두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전혀 상관없지만) 오늘은 지금 이 시즌에 가장 많이 연주되는 그 곡. 작곡가 쇼팽의 에뛰드를 연습한다.
지금 이 시즌이라면 바로 정시 실기시험을 며칠 앞둔 시즌이다. 최근에는 수시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을 가지만, 라테는(나 때는) 대부분 수능으로 학교를 가던 때였기 때문에, 수능이 끝나면 예체능 학생들은 눈물 나게도 이제 시작인 것이다. 엉엉 울면서 연습하던 시기였다. 지금도 물론 운다. 해도 안되고 서러워서.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 네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말은 서러움을 더 부추긴다.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서럽다. 설움이 담긴 그 곡.
작곡가 쇼팽은 폴란드 태생의 여린 심성과 체력, 그리고 철두철미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19세기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본인이 피아노를 잘 쳤기 때문에 피아노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작품을 만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선율이 아주 아름답고 유려하다. 그래서 에뛰드도 어렵다. 에뛰드는 연습곡이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테크닉 교본을 말한다. 흔히 아는 바이엘, 체르니 100, 체르니 30, 버넘 등등 모두 에뛰드다. 특히 쇼팽의 에뛰드는 테크닉적으로 어려운 곡에 아름다운 선율까지 함께 있는 곡으로 듣는 사람만 즐겁다. (연주자는 잘 될 때만 즐겁다.) 에뛰드에 작품성을 부여한 최초의 작곡가인 쇼팽. 작품번호 10과 25에 각각 12곡씩 총 24개 곡이 있다. 한 곡당 3분 이내로 연주되는데 24곡 모두 연주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 하나의 곡만 연습하는데도 정말 많은 시간과 눈물이 들어간다. 일단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완성된 테크닉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연주를 시도할 수 있다. 정시 실기 시험도 대부분 쇼팽 에뛰드 10과 25 중 빠른 곡 하나를 본다. (그리고 자유곡 한 곡 또는 베토벤 소나타 빠른 악장을 요구하며, 특정 학교들은 지정곡을 시험 3~4달 전에 최대 5곡까지 쥐어주고 1차와 2차에 나눠 시험 보게 한다.)
실기 시험의 단골 곡인 쇼팽 에뛰드 작품번호 10의 8번째 곡. (별명을 붙여서 뭐라고 하던데, 작곡가 본인이 붙인 이름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 분위기 이해를 조금 도울뿐, 서양권에서는 아예 별명으로 부르지 않는다.) 오른손의 화려한 펼침화음 테크닉이 필요한 곡으로 왼손이 멜로디를 갖고 있는 곡으로 오른손에만 집중하면 멜로디는 자기만 들리기 때문에 양손의 발란스를 잘 조절해서 연주한다. 오른손 펼침화음이 거의 모든 음역대를 다 치기 때문에 약간 건반 청소하는 기분도 든다. 잘 치고 싶다. 일단 조금 울고 연습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