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연습 일기 7

by winter piano studio

또 피아노 앞에 앉았다. 최근엔 연습이 재밌다. 새 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삼일 정도는 재밌는 것 같다. 나흘 째 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냥 하기 싫다. 이리저리 악보를 뒤적여본다. 이 근성 없는 손가락은 손끝이 뭉개져라 쳐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다른 곡을 하겠단다. 어쩔 수 없이 30분 정도는 허락해 볼까 여유를 부려보고 싶지만 이성의 끈을 부여잡는다. 그래도 아직까진 연습이 재밌다. 이렇게 재밌고 설레며 반짝이는 순간은 365일 중 열흘 정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몇 없는 찰나이다. 이 찰나 때문에 평생을 피아노 앞에 앉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오늘 연습은 하이든이다. 재기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하이든의 건반 소나타 Hob.16:37은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초기 고전시대 곡 중에서 제법 화려하고 긴 곡이다. 작품이름부터 어려운 것 같은데 그렇진 않다. 호보켄이라는 음악학자가 하이든의 모든 작품들을 후대에 정리했는데 그래서 Hob이라는 알파벳이 붙었고 홉, 호보켄, 호보켄 넘버, 홉넘버 등으로 부른다. 16은 건반악기 작품들이 모여있는 번호이고 그중 37번째 곡이라는 뜻이다. 하이든은 파파하이든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도 아주 온화하고 유머러스하며 인자한 성품의 작곡가라고 했다. 평생을 에스테르하치 귀족의 궁정악장으로 일을 하면서 새겨진 인품이 아니실까 싶다. 그나저나 유머러스한 아버지라니, 굉장히 진보적이셨을 것 같다.

아무튼, 이 곡이 굳이 건반 소나타라고 하는 이유는 하이든이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했으며 딱 특정 악기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 그냥 피아노 소나타라고도 한다. 굳이 따지자면 하이든은 피아노로 작곡한 것이 아니어서 틀린 것이긴 하다. 아마 피아노의 전신악기이자 같은 건반악기군인 챔발로나 하프시코드로 작곡되었을 것이다. 하이든이 피아노를 만난 것은 이제 막 개량이 시작될 때여서 그다지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연주할 때도 현대의 피아노로 하프시코드와 쳄발로 같은 소리나 주법을 내기 위해 다양한 아티큘레이션을 염두하며 연습한다.

그런데 악보를 보면 막상 엄청 깨끗하다. 그렇다. 악보에 없는 기호들을 찾아서 연주해야 하는 것이다. 하이든이 살았던 시대에는 매주 새로운 곡을 작곡하거나 (약간 거의 자가 복제 수준으로) 그 당시에 유행이나 연주 관습들을 연주자라면 알고 있어야 했으므로 악보에 굳이 적어두지 않았기 때문에 악보가 다른 시대의 작곡가들보단 깨끗하다. 그래서 연주자마다 다른 표현이나 꾸밈음 등이 있기도 하며 어느 정도 허용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연습이 재밌었을까? 이 찰나를 조금 더 즐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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