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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광 May 07. 2024

밤 비행의 끝

불면증에 대해




최근 몇 개월 동안 나는 잠 대신 밤 비행을 떠났다.


밤 비행을 마치고 눈을 뜨자마자 한 것은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는

여느 직장인 같은 시간 확인이 아닌


앞으로 얼마나 더 눈을 감은

오지 않는 잠을 청할 있는지, 확인했다.


그래, 나는 불면증을 앓았었다.




도움이 되었던 건 백색소음이었다.

그중에서 비행기 소음을 좋아했다.


눈을 감고 백색소음을 들으며

의식을 맡기다 보면

잠이 들었는지, 들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경계선에서 비행기에 타게 된다.


그렇게 자주 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예전에 이런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더 솔직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까.

내가 더 성숙했다면 그가 날 떠나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여행을 다니다 보면

잠에 들기도, 들지 못하더라도

잠에 든 것처럼 휴식이 되었다.




30대에 들면서 아주 가끔 잠에 들지 못하게 됐는데,

작년 여러 일을 겪으며 불면증이 도드라졌다.


그래도

몸이 덜 힘든 탓,

달고 살다시피 하는 커피 탓,

잡생각이 많은 탓을 하며


잠에 드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을 줄이기 시작했다.




시간은 흘렀고

날 재우지 않고 괴롭혔던 문제를

해결하기도, 끝내버리기도 했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도 했다.


어느 하나 내가 상상했던 최선의 결과를

내진 못했던 탓일까, 개운하진 않았다.

그래도 후련했다.


나는 있는 만큼 했다.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에는

역시 내가 가진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이제 다시 나아가며 성장하고

능력을 키울 시간이다.




그렇게 불면증은 사그라들었고,

밤 비행기를 타는 여행은 끝났다.


낮 비행을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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