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비행의 끝

불면증에 대해

by 빛광




최근 몇 개월 동안 나는 잠 대신 밤 비행을 떠났다.


밤 비행을 마치고 눈을 뜨자마자 한 것은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는

여느 직장인 같은 시간 확인이 아닌


앞으로 얼마나 더 눈을 감은 채

오지 않는 잠을 청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래, 나는 불면증을 앓았었다.




도움이 되었던 건 백색소음이었다.

그중에서 비행기 소음을 좋아했다.


눈을 감고 백색소음을 들으며

의식을 맡기다 보면

잠이 들었는지, 들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경계선에서 비행기에 타게 된다.


그렇게 자주 밤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예전에 이런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더 솔직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까.

내가 더 성숙했다면 그가 날 떠나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여행을 다니다 보면

잠에 들기도, 들지 못하더라도

잠에 든 것처럼 휴식이 되었다.




30대에 들면서 아주 가끔 잠에 들지 못하게 됐는데,

작년 여러 일을 겪으며 불면증이 도드라졌다.


그래도

몸이 덜 힘든 탓,

달고 살다시피 하는 커피 탓,

잡생각이 많은 탓을 하며


잠에 드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을 줄이기 시작했다.




시간은 흘렀고

날 재우지 않고 괴롭혔던 문제를

해결하기도, 끝내버리기도 했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도 했다.


어느 하나 내가 상상했던 최선의 결과를

내진 못했던 탓일까, 개운하진 않았다.

그래도 후련했다.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에는

역시 내가 가진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이제 다시 나아가며 성장하고

능력을 키울 시간이다.




그렇게 불면증은 사그라들었고,

밤 비행기를 타는 여행은 끝났다.


낮 비행을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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