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나
지금도 감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의 빛을 쐬다 보니,
그때처럼 새하얗게 반짝이진 않는 편이다.
낙엽 떨어지는 것만 보아도 웃음이 난다는
질풍노도의 시기 말이다.
감히 말하건대 당시 내 감성은
소설책이 8할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릴 땐 도서관에 참 많이 다녔다.
책을 많이 보는 가정 분위기에 따라 나도 책을 많이 보았다.
정확히는 소설책.
불건전한(?) 것만 아니면 뭐든 읽어도 좋다는 방침에 따라
나는 자연스럽게 재미를 따라 소설을 읽었다.
일본 현대문학, 장르, 추리를 주로 읽었다.
신기했던 건, 한 문장 한 문장을 정성스럽게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어느 때에 내 정신이 온전히 책 속으로 들어가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몰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느낌이 참 좋았던 것으로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간간히 당시 내가 재밌게 읽었던 작품의 양장본을
조금씩 수집하고 있다.
7~8권씩 하는 장편 소설을 한 번에 모두 샀다가는
다시 읽으나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할 것이 뻔하기에
간간히 한 권씩 사서 채우고 있다.
한 권을 사서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펼쳐 읽다 보면
마치 그때로 돌아간 느낌에 아주 반가운 느낌이 들면서도
당시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던 부분이나
지금 와서는 다르게 읽히는 부분이 새로워 역시나,
금방 다 읽어버리고는 했다.
그때 소설이 아니라 무언가 교훈적인,
정보가 가득한 책들을 읽었다면.
예를 들면 '로마인 이야기'라던가, '삼국지'와 같은.
나는 F가 90%가 나오는 사람이 아닌
60%, 혹은 T가 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해본 적이 있다.
아니 뭐, 사실 그럴 리 없다.
조금 읽다 때려치우고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같은 걸 펼치고 있을 테지.
그런 망상을 한 이유는
감성적이고 예민한 내 성격이
때때로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탓이다.
현실에서 살아야 하니,
더 어울리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진 탓이다.
다소 동떨어져 있는 감성적인 내가
같이 동떨어져 있는 사람을 어렵게 만나 이해받기보다
내가 조금 변하는 게 수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탓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어릴 적 좋아했던 책을 하나씩 사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