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시간

셀프 여행의 특색(1)_신분 상승 놀이

by Spring


지금까지는 본격적으로 떠나기 전에 ‘셀프 여행’에 대한 나름의 진지한 고찰을 사전적으로 해보았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여행 현장으로 한번 떠나보는 과정을 따라가려고 한다. 실제 여행 과정을 시뮬레이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셀프 여행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점들과 그 여행을 더욱 좋게 만들 수 있었던 작은 방법들을 몇 가지 모아보고자 한다. 나 또한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랜덤 하게 시도했던 것들이므로 이렇게 정리해보지 않는다면 잊어버릴 것 같아서, 예전의 좋았던 느낌들이나 방법들을 나중에 다시 되새기고 싶기 때문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셀프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충만하게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Love Myself’ 타임이므로 셀프 여행 중에는 나 자신을 최고로 극진하게 대우해줄 수 있는 시간이다. 여기서 ‘최고로 극진하게’라는 것은 반드시 엄청난 돈과 시간을 써야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나에게 정말로 해주고 싶은 것들을 선물로 해줄 수만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나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대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를 할 때면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하고 싶듯이, 셀프 여행에서는 나 자신이 바로 그런 연인에 해당되는 것처럼 나의 행복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마치 나 자신과 연애하듯이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가능한 많이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내가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쉬고 싶은 만큼 쉬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아무래도 서로 조정과 타협이 필요하지만 셀프 여행에서는 오로지 나 자신만을 데려온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나의 선호도와 만족을 중심으로 맞출 수 있다. 이게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그냥 일상 속에서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여행지로 혼자 떠나온 것이므로 나 자신에게 좀 더 특별한 시공간 속에서 색다른 경험이나 느낌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평소에는 그렇게 흔치 않을 수 있다.



특히 셀프 여행은 오로지 나 자신한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므로, 나를 더 잘 알게 되어서 이해하게 되는 만큼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하기에 좋은 기회이다. 나의 연인과 데이트를 하면서 상대방을 더 알아가듯이,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를 때가 많다. 반드시 나의 꿈이나 목표 같은 거창한 것에 대해서만 잘 모른다는 게 아니라, 그저 나의 삶 속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매우 큰 행복감을 느끼는지, 어떤 분위기의 장소에 매력을 느끼는지’와 같은 아주 사소하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잘 모를 때가 의외로 있다. 이런 것들을 하나씩 차근히 잘 알아가기 위해서는 나에게 다양한 것들을 접하게 해서 여러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셀프 여행으로 크고 작은 경험들을 계속 늘려간다면 ‘나와 친해지는 시간’을 통해서 진정한 나에 대한 학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sticker sticker


나 자신을 소중하게 챙기면서 잘 대우해주게 되면, 타인이 아닌 나 자신한테서 내가 매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올라온다. 이게 바로, 일종의 자존감과 연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자존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 자존감이 꽤 높은 사람일지라도 바쁜 일상에 허덕이느라 자신을 잃어버릴 때가 많거나 치열하고 경쟁적인 삶 속에서 좌절감과 무력감을 자주 느끼다 보면, 그 높았던 자존감도 항상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출렁일 때가 많아서 어떤 시기에는 바닥을 칠 때도 있다. 아무리 타인들로부터 받는 존중이나 사랑이 충만할지라도, 나 자신이 스스로를 사랑해주고 소중히 하는 마음인 자존감은 또 다를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한동안 소진되어서 바닥이 보이려고 깜박깜박하는 상태라면, 이렇게 셀프 여행을 통해서라도 긴급 충전을 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평소의 일상에서도 수시로 조금씩 충전해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 시간’ 놀이에 흠뻑 빠져있다 보면, 특히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다소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마치 원래의 내 신분이 상승된 것 같은 느낌을 잠시라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천한 노동자의 신분에서 갑자기 모든 대접을 받고 있는 여왕님으로 승급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그 순간을, 나를 위해서 애써 만든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지극히 정성껏 대접하면서 사랑해 주는 것이므로, 이것이 바로 ‘정신적 쏘울(Soul)’의 승급이 아니고 뭐겠는가?^^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 의해서 자존감이 격상되는 행위들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시간’인 것이다.


이런 행복한 순간들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러 가지 활동이나 장소를 미리 알아보면서 사전 기획을 충분히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이, 기본적인 동선 루트만 설정을 한다면 나머지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끌리는 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에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면서 ‘나를 사랑하는 순간’들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보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꼭 반드시 엄청 비싸거나 좋은 것들만이 나를 위한 선물인 것은 아니므로, 눈에 띄는 길거리 음식을 종류별로 먹어보거나, 편의점에 있는 그 나라만의 특이한 음료를 매일 다르게 먹어보는 것과 같은 작은 셀프 이벤트들 또한, 진정한 자유인으로 해방되어 나를 사랑한 시간이므로 이것들 또한 일종의 ‘신분상승 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이 지쳐있던 나에게 평소보다 좀 더 특별한 선물을 주면서, 실제로 신분 상승된 듯한 느낌을 가져봤던 여행 중 하나는 태국이었다.


그때가 아마도 회사에서 부서 변동이 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기존 팀에서 너무나 많은 일에 시달리고 있던 와중에 긴급하게 새로운 팀으로 이동이 되었기에 양쪽 부서의 업무 부담이 겹쳐 있던 상황이었지만, 그전부터 계속 나빠지고 있던 몸의 건강 또한 너무 엉망인 상태였다. 그래서 계속 달리다가는 어느 지점에서 힘이 다 빠져서 고꾸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솔직히 몸의 기운이 많이 약해져 있던 상태라서 떠나는 것 자체가 다소 부담이었지만, 너무 귀한 휴가 시간이었던 만큼 집에서 좀비처럼 눈만 깜박거리면서 쉬는 것보다는 차라리 바다라도 보면서 눈을 깜박거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 순간에는 그래야 지만 살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나만의 ‘요양 여행’으로 컨셉을 잡고 무작정 떠나기로 급하게 마음먹었다.


sticker sticker



그렇게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시기라서 그랬는지 TV에서 봤었던 아름답고 평온해 보이는 태국 푸껫의 바다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원래는 여행지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 워킹 투어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때는 기력이 부족했던 상태라서 무조건 차로 편하게 이동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태국어가 주로 사용되고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나라였기에 길 하나를 물어보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서 태국 여행 Car 투어 해주는 것을 발견했고, 나는 일행이 없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1인 전용 카 투어’ 가이드 서비스를 신청했다. 장시간이 아니라서 가격 부담도 아주 높지는 않았다.

나의 부실했던 몸 상태와 언어 장벽의 문제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신청했던 현장 서비스였는데, 1인 전용이었던 덕분에 정해진 시간 동안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기사님께 계속 요청할 수 있었다. 그 순간에는 친절하고 멋진 기사님이 나만을 위한 곳으로 마음껏 데려다주는 왕자님 같아서, 내가 마치 유리 구두를 신고 화려한 마차를 타고 있는 신데렐라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회사의 먼지 구덩이에서 재투성이처럼 일만 하던 신데렐라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얼떨결에 연예인이나 사모님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물론 국내도 택시 투어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언어가 통하는 낯익은 한국에서 여러 일행과 함께 공동 서비스를 받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일에 파묻혀 있다가 떠나와서 더 그랬겠지만, 잠시라도 노동자 신분을 벗어나서 자유로울 수 있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더구나 나만을 위한 좋은 서비스를 이렇게 편하게 받고 있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미소년처럼 핸섬했던 나의 기사님이 마지막에 헤어질 때 장난스러운 미소를 날리면서 본인이 여자라고 밝혀주기 전까지는, 더욱 신데렐라 같은 기분이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나를 좀 맥빠지게는 했지만 말이다.^^


황금마차.jpg




그렇게 카 투어로 태국의 핵심 관광지를 집약적으로 대충 둘러본 후에는, 진짜 말 그대로 쉬고 싶어서 스파 서비스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가족들과 동남아 여행을 가게 되면 그 나라의 스파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었지만, 혼자서 여행할 때는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어서 어색한 마음에 잠시 주저했었다. 하지만 태국은 워낙 다양한 종류의 스파 서비스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하나도 구경을 안 하고 가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당일에 인터넷이나 어플로 직전에 신청을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때 완전 번아웃 상태였기에 일반 스파도 있었지만 일부러 굳이 특급 스파를 신청했었다. 평소에는 그런 서비스를 잘 애용하지도 않는 편이었고, 지인들과 여행을 가더라도 금전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기본적인 평균 상품을 신청하고는 했는데, 이상하게도 혼자 가는 셀프 여행에서 만큼은 더 좋은 것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었다.



아마도 일종의 보상 심리가 아니었나 싶다.


한낱 비루한 일개미처럼 종종 편의점 간편식으로 점심을 때우면서 일만 했던 나에게 자기 연민 같은 심정을 느껴서, 그렇게라도 보상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더욱 그러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라도 내가 나 스스로를 대접하지 않으면, 미친 듯이 쳇바퀴를 돌리면서 일만 하던 일개미의 신분을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그러한 무력감이나 답답함도 같이 작동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라도 나에게 특급 서비스를 선물로 주게 되면, 비록 그 순간뿐일지라도 일개미의 노비 신분에서 여왕개미의 여황제 신분으로 승급되는 듯한 그런 SF 영화? 같은 느낌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라도 내가 스스로를 위해주게 되면, 그 후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 힘으로 더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는 일개미로 복귀할 수 있었다. 비록 현타가 올지라도 다시 버틸 수 있는 힘이 충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효과만이라도 가져올 수 있다면, 너무 바쁘고 지쳐있는 그대도 한 번쯤은 셀프 여행을 통해서 나를 사랑하기 위한 ‘신분 상승 놀이’를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아, 참고로 SF 영화라고 해서 실현 불가능한 게 아니다. 옛날 SF 영화나 소설들 중에서도 일부는 현실로 이루어진 부분들도 있다고 한다. 좌절감을 주려고 쓴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 불가능은 아니라는 희망을 주고 싶은 나의 깊은 뜻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정화의 도구로서 먼지 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