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힐링은 '발랄하게 우울하기?'

'칵테일 사랑' 노래의 힌트

by Spring


얼마 전에 갔었던 제주도의 한적한 카페테라스에 앉아서 바다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낯익은 노래 하나가 기분 좋게 흘러나왔다.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꽤 오래전 노래이기는 하지만 그 멜로디와 분위기에 취해서 좋아했던 노래다. 그런데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오랜만에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가사가 예전과는 좀 다르게 들리면서 나를 은근히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 노래를 우연히 오랜만에 들었을 때, SNS에서도 우연히 오랜만에 반가운 문구를 발견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예전에 나의 대학 시절 SNS에서 일종의 유행처럼? 자주 보이던 이미지 문구였다.



‘발랄하게 우울하기’


발랄하게 우울하기.jfif



그 시절에 은근히 좋아했던 문장이다. 참 풋풋했던 그 시절에는, 마음이 울적해지면 그저 옆에 있던 친구들과 수다를 실컷 떨면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에 우울함을 묻어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주변에 항상 있었던 친구들과 같이 고민하면서도, 결국에는 발랄하게 웃으면서 그 우울함을 가뿐하게 날려버리곤 했던 것 같다. 그런 내 모습과 닮아 보여서 그때 그 문구를 유독 더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각자의 분주한 직장생활이나 새롭게 꾸린 가정생활들 덕분에 예전처럼 같이 발랄하게 우울함을 날릴 수 있는 친구들을 자주 보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어쩌다가 우울함이 찾아오는 날이면 혼자서 날리는 방안도 나름대로 찾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저 문구도 한동안 잊고 있던 것 같다. 더구나 이제는 차마 ‘발랄하게’라는 부사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나이로 점점 진입하다 보니깐, 저 문구를 오랜만에 봐서 향수처럼 반가운 마음은 들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이제는 나랑 그렇게 많이 닮아 보이지는 않아서 어색한 마음도 좀 동시에 들었다.



“이제는 ‘발랄하게’라는 부사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부사가 필요한 것 같다”

내 심정을 살짝 내비쳤더니, 지인 한 명이 마침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좋은 부사를 하나 추천해주었다.


‘럭셔리(Luxury)하게 우울하기’



어릴 때의 ‘발랄하게’처럼 활력 있는 부사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뭔가 좀 더 분위기 있어 보이는 부사 같아서 또 다른 매력의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동시에 다소 좀 부담스러운 느낌도 공존했다. 현재 구직 중인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서 자금 사정도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부사 단어 놀이였을 뿐인데도 순간적으로 갑갑함이 느껴졌다. 이제는 혼자만의 우울함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현재의 상태를 벗어나서 자금 부족난 상황을 극복해야겠다는 작은 다짐까지 한번 해보았다. ^^



그러던 찰나에 ‘칵테일 사랑’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여기 가사에 그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순간 깨달았다. 마음이 울적한 날에 혼자서 ‘셀프 힐링’을 하는 방법들을, 감미로운 멜로디와 함께 시적인 가사로 읊어대고 있던 것이었다. 더구나 꼭 누군가와 같이 해야지만 ‘발랄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가사 속의 셀프 힐링법들은, 혼자서도 충분히 ‘발랄하게’ 우울함을 털어낼 수 있는 작은 활동들이었다. 다만 좀 더 여유가 된다면 가끔씩은, 나를 위한 선물로서 ‘럭셔리한’ 버전으로 그때그때 종류만 조금 바꾸면 되는 것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유일하게 럭셔리 버전을 흉내 내는 타임은 바로 ‘셀프 여행’이 아니었던가?

즉, 동일한 셀프 힐링 방법들일지라도, ‘나름의 럭셔리 버전’으로 셀프 여행에서 하는 것이냐, ‘소박한 버전’으로 일상에서 하는 것이냐의 차이만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나름의’라는 수식어가 매우 중요하다. 럭셔리의 기준은 우리 각자 모두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나만의 행복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면, 우리의 평소 지출 수준에서 아주 조금만 더 올려서 ‘나를 위한 선물’ 정도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천 원의 음료를 마시던 사람이 만원의 음료를 마신다면 럭셔리한 지출이 되는 것이고, 평소에 오 만원의 외식을 하다가 만원의 외식으로 변경한다면 소박한 지출이 되는 것이므로, 그저 나의 개인 기준을 따르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지출이 아니라 나의 행복을 위한 지출이기 때문에, 전혀 비교 대상이 아닌 만큼 지출 가능 액수에 따라 위축될 필요도 없다. 비록 지금은 너무 소박한 지출일지라도, 나중에도 계속 그러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상황과 여유에 따라 조정하면서, 현재의 만족 지수를 높이든가 자금 상황을 더 여유 있도록 발전시키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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