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여행이란?_(실질적 의미)

내 마음의 여행

by Spring


항상 그랬듯이 내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개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갑자기 왼쪽 책장에 있는 책들 중 한 권이 내 눈에 들어왔다. ‘여행’이라는 정호승 시집이었다. 개인적으로 시를 좋아하기는 해도 평소에 자주 읽는 편은 아니라서, 시인을 많이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정호승’ 시인은 내가 좋아하는 ‘봄길’이라는 시 때문에 낯익은 이름이었다. (‘봄길’ 시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쯤에 소개하려고 한다.)


더구나, 여행 관련한 주제로 이 에세이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 타이틀의 시집을 우연히 발견한 것도 좀 신기했다.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첫 번째 시로 등장한 것도 바로, 아래와 같은 ‘여행’이라는 시였는데 나에게는 너무 인상적이었다.



여 행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이 시에서 계속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이렇게 우리가 진정으로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 뿐이라고 강조를 하고 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설산이나 오지 같은 험하고 깊은 곳들로 여행을 떠나서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 물론, 내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탐험하고 여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값지고 빛나는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느낌이 드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할지라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 즉, 이 시에서 언급하는 ‘사랑하는 사람’에 해당되는 1순위는 바로 ‘나 자신’이 되는 것이 좋다. 너무나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 친구가 있을지라도, 그들은 그다음의 2순위 거나 혹은 공동 1순위로서 그들의 마음 또한 내 마음과 함께 공동의 여행지가 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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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지 않은 경우는 바로, 타인들의 마음 여행을 제일 1순위로 하면서 나의 마음을 뒷전으로 하는 것이다. 특정한 상황의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그렇게 내 마음보다 타인들을 먼저 우선순위로 해야 하는 때도 있지만, 계속 그렇게 지속되는 것은 절대로 좋지 않다. 나 자신에게도, 타인들에게도, 양쪽 다 좋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내 입장이나 마음만을 제일 먼저 내세우면서 이기적인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의미도 아니다. 다른 상황적인 요인이나 타인들의 마음과 의견도 충분히 더 고려할 수 있지만, 내 마음의 상처나 자존감은 전혀 신경 쓰지 못한 채 나의 마음을 뒷전으로 하면서까지 희생적으로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마치 내 삶의 주인공인 ‘나 자신’은 빠져있는데, 엑스트라들만 가득한 무대 위를 살아가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즉 내가 너무 다치거나 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인들의 마음이나 행복이 함께 추구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상적인 삶을 위해서는, 이 시처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나 자신의 마음 여행’을 충분히 하면서 나를 잘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의 일상에서 내 마음 여행을 부단히 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셀프 여행’의 시간을 통해서 그런 기회를 종종 더 가져보는 것은, 경험의 넓이와 깊이 측면에서 훨씬 더 풍요로운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과 그만큼 더 가까워지기가 쉽다.


나의 마음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인 것 같아도, 의외로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이 ‘여행’ 시집도 바로 옆의 책장에 몇 년 이상 있었는데도 굳이 신경 써서 쳐다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렇게 좋은 시가 그렇게 가까운 자리에 오랫동안 바로 곁에 있는 것조차도 몰랐듯이 내 마음도 이와 같을 때가 있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로 많은 출판사들이 신간 책들을 종종 보내줬기 때문에 직원들은 그 책들을 자유롭게 가져가곤 했었는데, 아마도 그때 집으로 가져온 것을 그대로 두고 방치한 것 같았다.

이렇게 좋은 책이 무신경하게 방치된 것처럼, 내 마음 또한 너무 가까운 존재 같아서 오히려 방치하게 될 위험이 있으므로 평소에 자꾸 신경 쓰고 돌봐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나 시도가 없으면, 내 마음의 주인은 나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해서 잘 모를 때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평생 여행해야만 하는 곳은 바로 ‘나 자신의 마음 여행’ 인지도 모른다.

셀프 여행 또한, 이러한 궁극적인 목적을 위한 보조 수단에 불과한 것뿐이다. 아무리 멋지고 화려한 여행지들을 찾아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고 해도 나 자신을 잘 알기 위한 ‘마음 여행과 탐험’은 전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 내재되어 있는 원인 모를 공허함은 절대로 채워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작은 마을 하나를 여행할지라도, 나 자신을 돌보고 더 잘 알기 위한 ‘내 마음 여행’이라는 생각으로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긴다면 충분히 좋은 셀프 여행이 될 수 있다. 겉으로는 손발이 움직이는 물리적인 여행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모든 여정들이 자신의 깊은 내면의 마음 여행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오지나 설산처럼 내밀한 곳까지 여행을 하다 보면, 이 시구처럼 나 자신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이나 감정들에 대한 깨달음에 의해서 독수리의 심장 공격 같은 ‘팩트 폭격’이나 ‘감정적 혼란’을 감당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올 수도 있다. 그 순간에는 내 마음이나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 먼지처럼 바람에 흩날리느라 아프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평생을 내 마음속 오지와 설산을 전혀 모른 채 살아가느라 진정한 내 마음을 항상 뒷전으로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순간을 견뎌내고 깨달아서 나 자신을 더 알게 된다면 더욱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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