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_(시뮬레이션 스토리)

(1-1)_생각과 감정 정리 단계_가상현실 시나리오

by Spring

나는 지금 아파트 입주민 중 한 명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왼쪽에 있는 A동에 친한 이웃이 한 명 있고, 오른쪽에 있는 B동에도 친한 이웃이 한 명 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해외로 갈 일이 있어서, 모두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하였다. 해외 출국하기 전에 다음 주 중으로 쓰레기봉투가 채워지면 문 앞에 내놓을 테니깐, 쓰레기 버리는 요일에 나한테 대신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 A동의 이웃은, 온갖 쓰레기가 너무 많이 들어있어서 팽팽하게 터질 듯 한 봉투를 문 앞에 내놓았다. 하지만, 그 쓰레기들이 밖으로 더 튀어나오지는 못하도록 쓰레기봉투를 단단하게 아주 꽉 묶어서 내놓았다.


** B동의 이웃은, 쓰레기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잘 정리되지 않아서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채로 내놓았다. 쓰레기봉투 또한 제대로 묶지 않고 펼쳐져 있어서, 안에 있는 쓰레기들이 훤히 다 보이는 상태다.




얼핏 보기에는 A동의 쓰레기가 훨씬 더 무겁고 터질 것 같아서 더욱 고된 일처럼 보이지만, 봉투가 이미 잘 묶여 있기 때문에 버릴 때만 잠깐 힘들 뿐 오히려 한 번에 버리기가 쉽다. 게다가 A동 이웃은, 봉투가 너무 포화 상태라면 쓰레기 일부는 중간에 먼저 버리기 위해서 분리 작업을 할 수도 있어서 처리할 봉투가 두 개일 지도 모른다고 미리 자신의 의견도 말해주었다. 다만 내가 보기에는 더 이상의 쓰레기를 계속 억지로 눌러 담으면 봉투가 곧 터져버릴 것 같아서, 그전에 버릴 수 있도록 우선 지금까지의 쓰레기를 처리하자고 했더니 내가 가져갈 때 흘리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서 주었다.

그동안 이런 부탁들을 나한테 몇 번 했던 것이 미안했는지 이번에는 소정의 수고비도 주면서, 쓰레기를 가져가기 전에 식사도 같이 하자고 한다. 그런데 가져가는 도중에 그 팽팽한 봉투가 혹시 터져버리기라도 하면 내 할 일이 더 커질 테고 그만큼 내가 딱한 사람이 되는 게 싫어서, 그냥 식사 제안도 거절하고 빨리 지금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한편 B동의 쓰레기는 처음에 훨씬 적었지만 갑자기 늘어난 몇몇의 쓰레기가 무질서하게 봉투 안을 망쳐놨기 때문에,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한 번에 버리기가 쉽지 않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쓰레기들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양에 비해 부피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마치 당장 버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버려야 할 단계가 아니라고 한다. 계속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한다. 아마도 잘 정리해서 눌러 담으면 훨씬 더 봉투 안의 공간이 많이 생길 것을 기대하는 것 같아서 이해가 되기도 했다. 봉투가 가득 채워지지 않으면 굳이 나한테 부탁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쓰레기봉투를 급히 건네주면서 처리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예정보다 출국 날짜가 앞당겨져서 급히 떠나는 바람에 봉투 안의 쓰레기는 잘 정리를 하지 않았고 봉투도 묶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고비도 주면서 정기적으로 부탁을 할 수도 있다고, 확실하지 않은 잠정적인 제안의 ‘감언이설’도 덧붙였다. 봉투를 급하게 받아서 가져가는 도중에 그 안의 쓰레기들이 뒹굴 거리면서 서로 부딪히는 것이 한눈에 보이고, 자꾸만 밖으로 튀어나와서 길바닥을 엉망으로 만드는 바람에 다시 주워 담아야 하는 고생을 한다. 얼핏 보기에는 분량이 더 적어서 수월해 보이지만 봉투 안의 쓰레기가 정리되지 않은 데다가 마지막에 묶는 것조차 하지 않고 주니깐 그 수고는 고스란히 나한테 돌아오게 된 것이다.



분명히 A동에 쓰레기가 더 많았다. 그것들이 진짜 실물 쓰레기였는지 혹은 감정 쓰레기였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봉투를 꽉 묶어서 버린 이상 길바닥에 흘린 게 없으므로, 내가 그동안 보고 느낀 쓰레기를 굳이 자세히 말할 필요도 없었다. 쓰레기가 점점 쌓이던 중간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하지만 B동은 쓰레기가 더 적었는데도 처리하러 가는 도중에 자꾸만 길바닥으로 몇몇의 쓰레기들이 튀어나오니깐 굳이 그것들을 생각하거나 쳐다보고 싶지 않아도, 나뿐만이 아니라 지나가던 행인들까지 그 쓰레기들의 향연을 감상하게 된다. A와 B 중 어떤 게 더 좋은 걸까? 어떤 게 더 나쁜 걸까? 은근 아이러니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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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스토리는 가상현실 속의 시나리오처럼 구성해 본 것이다. 더 정확히는, 아래의 쓰레기봉투 사진을 발견했을 때 갑자기 뇌리를 스쳐 지나가던 일종의 시뮬레이션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쓰레기 처리 과정은 현실에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1단계인 ‘마인드 세팅’으로서 가장 기초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즉 마음속에 쌓여 있는 감정적인 쓰레기들을 먼저 정리해서 봉투에 넣어 꽉 묶은 후에, 마음속 쓰레기통에 버려야지만 내 마음이 깨끗하게 비워지고 정화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청소된 새로운 마음속 공간이 생겨야지만 힐링을 할 수 있는 심리적인 여유도 생길 뿐만 아니라, 같은 힐링을 하더라도 마음속 쓰레기가 없는 상태여야지 힐링의 행복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더 좋다.






그렇다면 A와 B의 쓰레기를,

‘마음속 부정적인 감정 찌꺼기’라고 본다면,

각각의 경우는 어떤 케이스에 해당될까?






** A동 이웃: ‘실물 쓰레기’ 같은 좋지 않은 원인들이 많이 발생하여 서로 간에 오해나 부정적인 ‘감정 쓰레기’도 많이 쌓였지만, 평소에 소통이 원활하여 그런 감정 쓰레기들을 가능한 잘 처리하여 비워낸 만큼 봉투 안의 공간이 더 넓어져서 거의 실물 쓰레기 상황들로만 채워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실물 쓰레기를 차곡차곡 쌓아서 정리를 잘했기 때문에 그만큼 봉투 내부 공간을 더 오랫동안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 아무리 정리를 잘해도 계속 쌓이다 보면 어느새 봉투가 꽉 차서 버려야 할 때가 오기도 한다. 앞으로 발생할 쓰레기를 더 잘 정리하기 위해서 같은 종류의 봉투를 새것으로 교체만 할 수도 있고, 아예 더 성능이 좋은 다른 종류의 봉투로 새롭게 구매를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간에 누적된 쓰레기를 한 번에 잘 처리하기 위해서, 봉투 입구를 단단하게 꽉 묶어서 버린다. 즉, 서로 간의 ‘관계 회복’이나 ‘관계 단절’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속 시원하게 소통과 교감을 하여, 그동안의 감정 쓰레기들을 단단하게 묶어서 한 번에 뒤끝 없이 버릴 수 있도록 깔끔하게 마무리를 잘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 B동 이웃: ‘실물 쓰레기’ 같은 나쁜 원인들이 별로 많지는 않은 편이라서, ‘감정 쓰레기’도 평소에 많이 쌓인 편이 아니다. 그래서 봉투 내부의 실질적인 공간은 A보다 훨씬 넓은 편이지만, 실물 쓰레기가 생기는 대로 무작정 쌓아두기만 하고 전체 부피를 압축하거나 정리를 하지 않아서 봉투 내부 공간을 꽤 차지하고 있다.

‘실물 쓰레기’ 같은 어떤 부정적인 사건이나 원인이 발생한 적은 많지 않았어도 그때마다 소통과 교감이 부족하여 감정 쓰레기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서 봉투 내부 공간에 쌓여있는 경우이다. 실물 쓰레기들 사이의 빈 틈이 많을수록 처리되지 않은 감정 쓰레기가 존재해서, 심리적인 거리감이 더 멀어졌기 때문에 봉투의 부피를 더욱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쓰레기 분량에 비해서 봉투가 빨리 채워지게 되는 만큼, 버려야 하는 때도 빨리 다가온다. 그런데 봉투 입구조차 제대로 묶지 않은 상태라서, 쓰레기 수거함까지 가지고 가는 도중에 쓰레기들이 자꾸만 튀어나와서 거리를 엉망으로 만든다. 즉 평소에 소통 부족으로 인해 누적된 감정 쓰레기들도 많은데, 서로 간의 ‘관계 개선이냐 이별이냐’의 갈림길에서조차 봉투를 제대로 묶어주지 않아서 온갖 마음속 쓰레기들이 굴러 나와 마음 밭을 난장판으로 만든 상태나 다름없다.


깔끔한 마무리를 할 수 없었으므로 다음번에는 아예 다른 종류의 새로운 봉투로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 있다. 관계 회복이 아니라 이별을 결심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것이다. 마지막에 봉투 입구만 제대로 묶어줬다면, 쓰레기봉투 종류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만큼 누적된 감정 쓰레기에 지쳐있거나 이별 소통 방식에 실망한 상태일 수도 있겠다. 혹은 이미 발생한 실물 쓰레기 종류가 엄청 악취가 심하거나 너무 무거워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봉투 내부 공간과 상관없이 빨리 버려야 하는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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