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요?
많이 힘들텐데 조금만 참고 힘내세요.
문자를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힘들다는 말을 한 적도 없는데 지레짐작해서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이 날 위로할 위치에 있기라도하는 것처럼 구는게 싫었다. 그럴 땐 무시하고 대꾸조차 하지 않는게 제일이다 싶어 곧바로 지워버렸다.
어느새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침 명상을 하는데 문득 그 장면이 떠올랐다.
명상 속에서 바라본 나는 더이상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미안함과 사과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만큼 내가 살만해지고 남을 헤아릴 여유가 생긴 덕분이다.
죽을똥 살똥 악착같이 살 때는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쉽게 감정이 상했었다.
'힘드냐'는 말과 '힘내라'는 말들은 조금도 진심으로 느껴지지않았다. 주제넘은 참견이나 제 맘 편하려고 던지는 오지랖일뿐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히 지껄이는게 싫었고, 힘든 티가 나는 초라하고 망가진 내 모습이 더더욱 싫었다.
그때는 그랬다.
숨 쉴틈도 없이 바빴고 정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뱃 속 깊이 숨을 들이키며 복식호흡을 하기는 커녕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키는 것도 힘들었다. 비염이 심해져 천식으로 변해갈 정도로 숨통이 막혀 늘 이마가 묵직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피부도 뒤집혀서 온몸이 간지럽고 수시로 긁어대는 통에 피딱지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목욕탕도 갈 수 없었다. 아무리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해도 표정과 몸을 속일 수 없었다.
오랫만에 만나는 친지나 지인들은 그런 나를 보고 결코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부모님이나 가족때문에 엮일 일이 없으면 전혀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이 겉만 보고 지레짐작해서 나를 위로하고 동정하는게 치가 떨렸다. 돈과 외모로만 사람을 판단하고 쉽게 깔보고 쉽게 아부하는 속물들이 나름 배려하는 척, 선한 척 하는게 못마땅하고 역겨웠다. 가족도 친척도 친구도 너무 쉽게 염려하고 얄팍하게 위로했다. 그리고 제각기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