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봄이라기엔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의 숨

by 안명심

봄이라기엔



경칩이 언제였는지 가늠할 새도 없이

낯선 숨결이 문틈으로 스민다

흙 밑에서는 이미 기척이 복상했다는데

살갗에 닿는 공기는 아직도 날이 서 있다

햇살은 투명한 유리잔처럼 맑게 쏟아지고

바람은 잔 속 얼음 조각처럼 서늘해

외투의 깃을 여미며 잠시 봄을 의심한다

꽃샘이라는 말은

참으로 다정한 변명이다

길가에 서성이는 마른 풀잎 끝에 걸린

피어날 것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보느라

잠시 멈추는 시린 호흡

이 선명한 차가움이

오히려 깨어 있음을 증명하는 감각이 되어

마지막 결빙의 농도를 시험하듯


내 안의 동면을 고요히 깨우고 있다



제미나이 활용



詩作 노트

봄은 늘 꽃으로 시작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실제의 봄은 그렇게 온화하게 오지 않는다.

꽃보다 먼저 오는 것은 공기다.
살갗을 스치는 얇고도 날 선 기온,
겨울이 아직 자리를 비워주지 않았다는
신호 같은 바람.
그 차가움 속에서 나는 오히려 어떤 또렷한 감각을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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