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스케일링

살아낸 햇수만큼 잇몸이 예민해졌다.

by 안명심

케일



​치밀하게 파고드는 날카로운 진동

치아 사이 굳어버린 시간들을

잘게 부수며 길을 낸다

윙- 하는 낮은 울림과 함께 잇몸 사이로 시린

바람이 스치고,

이내 차가운 소나기가 쏟아진다.

구석구석 숨어있던 어제의 커피와

지난날의 피로가 부서져 나간다

시릿한 물줄기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던 소란들이 비워지고

비로소 드러나는 투명한 결

생의 모서리마다 단단하게 눌어붙어 도무지

풀리지 않던 매듭들도

이 처럼 속절없이 깎여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세찬 물길 따라 묵은 마음도 씻겨 내려간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

어색하게 비어버린 틈새마다

새로운 공기가 차오른다


혀끝에 닿는 선 감각이

비 갠 뒤의 하늘처럼 상쾌하다




제미나이 활용




詩作 노트

가끔씩 아귀가 안 맞아 턱관절인듯싶어
엑스레이를 찍고
스케일링도 받았다
좀처럼 긁어내지 못한
지난날의 찌꺼기들이 기계 소리와 물 튀기는
소리에 섞여 떨어져 나갔다

혀가 말리는 긴장감으로
한참 동안을
얼굴을 덮은 타월 속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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