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민문학대학의 계절

다시 펜을 든 사람들

by 안명심

나에게는 오래된 서랍이 하나 있다.

그 안에는 누렇게 빛바랜 연습장과 몽당연필,

그리고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뜨거웠던 소녀 시절의 꿈이 잠들어 있다.


"나중에 커서 작가가 될 거야."

호기 가득했던 그 다짐은 삶이라는

거친 파도를 지나며 아내로, 어머니로,

그리고 이름 없는 생활인으로 사는 동안 서서히 먼지가 쌓여갔다.



꿈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만 덮어두는 것이라고 했던가.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의 나를 보며,

길가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며 내 마음을 온전히

담아낼 문장 하나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다시 연필을 깍고 백지 앞에 설 용기가 필요하다.


​안산에는 그런 이들의 손을 37년째 가만히 맞잡아온 따뜻한 품이 있다.


바로 '안산시민문학대학'이다.
​37년, 도시의 역사가 된 문학의 향기
​한 도시에서 37년이라는 시간을 이어온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동안,

안산시민문학대학은

이 도시의 문학적 토양을 일궈왔다.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이들은 이곳에서 비로소 '누구의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찾았다.
​단순히 글 쓰는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었다면 이토록 오랜 시간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은 삶의 희로애락을 문장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배우고,

서로의 아픔을 읽어주며 위로받는 공동체였다.

37년이라는 세월은 곧, 수만 개의 인생이 문장으로 기록된 역사이기도 하다


​꿈은 현실이 된다, 소녀에서 작가로,
​가장 놀라운 것은 이곳이 단순히 취미를 넘어선 '실현의 장'이라는 점이다.

소녀 시절 품었던 막연한 동경은 이곳에서 구체적인 활자가 된다.

훌륭한 교수진의 지도 아래 다듬어진 문장들은 결국 '등단'이라는 결실을 맺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한 이웃이었던 이가 당당히 작가라는 직함을 달고 자신의 책을 세상에 내놓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내 나이에 무슨 작가야"라고 손사래 치던 이들이, 안산시민문학대학의 문을 두드린 뒤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다시 시작될 5월의 초대장
​이제 다시 문을 연다. 시의 운율을 찾아가는 길,

수필의 진솔함을 담아내는 시간,

그리고 아동문학의 순수함을 다시 발견하는 여정이 5월부터 시작된다.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의 푸른 교정은 이제 막 첫 문장을 떼려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망설이고 있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서랍 속에 잠든 그 소녀는 아직 작별을 고하지 않았다고.


37년의 전통이 쌓아 올린 이 든든한 문학의 길 위에서, 당신의 삶도 이제 한 편의 아름다운 문학이 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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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여성문학회

#안산시민문학대학

#한양대학교에리카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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