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한 장으로 띄우는 온기
11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숫자로 치환되지 않는다. 그것은 누군가의 주름진 손등 위에 놓인 하얀 편지지가 노랗게 익어가는 시간이며,
서툰 글씨 속에 담긴 진심이 어르신들 머리 위에
하얗게 꽃을 피운 세월이다.
매주 둘째 주 월요일, 안산여성문학회 회원들이 모여 정성스레 펜을 든 지도 벌써 십 년 하고도 일 년이 더 지났다,
누군가는 묻는다. 읽지도 못하고 대답도 없는 어르신들에게 왜 굳이 손 편지를 쓰느냐고.
하지만 소통이 불가한 어르신이라 할지라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생의 무게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며
이름 석 자를 눌러쓰는 행위는 그분들이 결코 잊힌 존재가 아님을 선언하는 우리만의 방식이다.
이 진심의 필적은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우리의 삶에도 실질적인 열매를 맺어준다.
봉사 점수의 누적으로 우리가 쏟은 정성은 수치화된 가치가 되어 돌아온다.
작은 일자리와 주차 비용 혜택 이러한 작은 보상들은 문학적 활동이 단지 개인의 만족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연대 속에서 지속 가능한 동력을 얻게 하기도 한다.
우리가 쓴 편지가 어르신들의 고독을 닦아내는 동안, 사회는 우리의 수고를 잊지 않고 일상의 혜택으로 응원해 주는 셈이다.
누군가의 삶에 글로써 작은 쉼표를 찍어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11년째 이 길을 묵묵히 걷는 이유이다.
오늘은 특별히 11주년을 기념하는 잔칫날이다. 후원자께서 우리 회원들을 위해 정성 어린 점심 식사를 대접해 주신 것이다.
따뜻한 밥 한 끼에 담긴 응원은 편지를 쓰느라 굽어있던 우리의 등허리를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뿐만 아니라. 편지의 날개가 되어줄 우표와 향기로운 비누 선물까지 손에 쥐어주셨다.
비누의 은은한 향이 손끝에 머물듯, 후원자의 따뜻한 마음도 우리의 문학 활동 속에 깊게 배어든 하루였다.
받은 호의는 고스란히 다시 종이 위로 흐를 것이다. 후원해 주신 우표를 붙이고, 비누 향이 밴 손으로 우리는 다시 다음 달의 편지를 준비한다.
편지를 쓰는 일은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어르신들의 안녕을 묻다 보면 어느덧
내 마음의 안부도 살피게 되기 때문이다.
11년을 이어온 회원님들의 그간의 수고로운 손길이 오늘만큼은 더없이 포근하고 넉넉한 밤을 맞이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