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작가"로 부를 때

작가 라 불리며 배운 마음의 무게

by 안명심

작가로 불린다는 것은 부끄러움과 책임을 동시에 짊어지는 일이다.


나는 합창단의 연습을 기록하는 일지를 8년 동안 써왔다.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는 단원들의 표정과 노래에 대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 글로 붙잡았다. '

그렇게 작은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자,

주변에서 나를 ‘안 작가님’이라 부르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 그 호칭을 들었을 때 나는 얼떨떨했다.

글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고,

남 앞에 내놓을 만한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겨우 일상의 단상을 기록했을 뿐인데,

작가라는 호칭이라니...

마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불편하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 부끄러움이 나를 움직였다.

‘작가님’이라는 이름이 과분하게만 느껴졌기에, 언젠가는 그 이름에 걸맞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더 잘 쓰고 싶었고,

언젠가는 글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양대 시민문학대학 강의실에 앉아 교수들의 강의를 들으며 밑줄을 그었고,

여성문학회 동인지에 글을 발표하며 부끄러움을 조금씩 감추었다.

첨삭을 받을 때마다 글이 산산이 무너지는 것 같아 낙담도 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내 문장은 조금씩 단단해졌다.


그 길의 끝에는 등단이라는 문이 있었다.

처음으로 내 이름이 종합 문예지에 실렸을 때,

오랜 숙제를 풀어낸 듯 가슴이 벅찼다.


그리고 브런치 스토리에 작가 신청을 했을 때



안녕하세요. 작가님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설렘에 심장이 쫄깃거렸음을 어찌 말로 다하랴!


한때는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던 ‘작가’라는 단어가 내 앞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등단 후에도,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도,

작가라는 호칭은 여전히 낯설었다.

오히려 더 무겁게 다가왔다.

나는 알았던 것이다

작가라는 이름은 단순히 책이나 지면에 글을 올렸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글을 쓰는 일은 내 안을 파헤치고, 오래 덮어둔 상처를 꺼내며, 기쁨과 부끄러움까지 언어로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늘 부족했고,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단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합창을 함께한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며 붙여준 이름. 나의 작은 기록을 소중히 여겨 준 사람들 덕분에, 나는 작가라는 이름 앞에 서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 호칭은 나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진 선물 같은 이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앞에서 더욱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작가는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읽어주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비로소 살아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언제나 미완성으로 남는 사람이다.

부족하기에 다시 쓰고, 부끄럽기에 또 고쳐 쓴다.

그 반복 속에서 글은 조금씩 다듬어지고, 나 자신 또한 글과 함께 자라난다.

마치 합창단에서 한 음, 한 음을 맞추며 화음을 이루듯, 글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와 조율 끝에 조금씩 완성에 가까워질 뿐이다.


앞으로도 나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그 부족함은 멈춤이 아니라 출발이다.

작가로 불린다는 것은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가는 여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가만히 두드리고,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 순간 나는 작가라는 이름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으리라.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이 있다면,

부끄러움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부끄러움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작가가 되어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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