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다시 태어남

나이와 상관없이 이어지는 삶의 궤적

by 안명심


아침의 하늘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맑았다.

구름은 얇게 흩어져 있었고, 햇살은 잔잔히 번졌다.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공기가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시 창작 수업이 있는 날이다

오늘은 무언가 특별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발끝은 가볍고, 마음은 낯선 설렘으로 부풀어 있었다.


ㅡ아침 한양대 교정을 걸으며ㅡㅡ


합평 있는 날이라

준비해 온 시들을 한편씩 나누었다.

돌아가며 시를 읽는 순간,

목소리에는 저마다의 삶이 실려 있었다.

어떤 이는 낯 모르는 시골 할머니를,

또 다른 이는 본인만이 치유되는 바람길을

또 어떤 이는 꽃에 비유한 자신을

종이 위의 문장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삶이 응축된 결정체였다.

그러던 중 한 분께서

“제가 올해 70인데, 방송통신대학 1학년입니다.”


그 순간 교수님이 놀람과 존경을 섞어 물으셨다.

“그 어려운 길을 왜 가시는지요?”


그 물음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전 앞에 건네는 찬사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인간은 왜 나이 들어서도 새로운 길을 택할까.

이미 걸어온 시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러나 바로 거기에 삶의 비밀이 숨어 있었다.

삶은 닫힌 원이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별자리 같은 것이다.

매일의 도전은 그 별들을 하나하나 이어 가는 선이다. 아직 다 그려지지 않은 도형,

미완의 궤적이기에 삶은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 선이 멈추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내 차례가 다가왔다.

문장이 내 호흡과 함께 흘러나왔다.

'나무가 그곳에 있었다'

낭독이 끝나자 교수님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고 말씀하셨다.

“잘 쓰셨습니다.”


그 한마디가 내 안에서 파도처럼 번졌다.

글을 쓰는 이에게 고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온전히 하나의 결로 인정받는 순간이다.

나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순간, 글쓰기가 내 삶의 가장 확실한 방식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수업을 마치고 창밖을 보니 하늘 달라져 있었다.

아침의 투명한 맑음은 사라지고,

이내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학술관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내 마음을 더욱 촉촉하게 적셔 주는 음표 같았다. 맑음으로 시작해, 저녁의 비로 닫히는 하루.

그 변화마저도 내게는 시였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1900~1980)

은 말했다.

“삶은 끊임없이 태어나는 것”이라고.

오늘 내가 목격한 70의 학생도,

내 시가 인정받은 순간도,

그리고 저녁을 적시는 비 또한 모두 또 다른 탄생이었다.


한 편의 시로 남은 오늘

아침의 맑음은 설렘이 되었고,

강의실의 시간은 성취가 되었으며,

저녁의 비는 여운이 되었다.

그 셋이 겹쳐 내 마음에 별 하나를 찍었다.

아직 다 그려지지 않은 별자리 속에서,

나는 오늘도 선을 잇는다.


작가의 이전글나를 "안작가"로 부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