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스타디움에 피어난 노래

가을밤 불꽃같은 축제

by 안명심

오전 내내 가을 장맛비처럼 축제를 방해할 듯

쏟아지던 비가,

무대 시작되자 운동장을 한바탕 씻어내고는

말끔히 그쳤다.


잿빛 드리운 하늘.

습기를 머금은 바람은 서늘했지만,

스탠드석과 그라운드에 놓인 의자들은 이미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고,

축구장은 더 이상 운동장이 아니었다.

그곳은 하나의 거대한 음악극장으로 변해 있었다.


조명이 켜지고, 음향의 울림이 공기를 흔드는 순간, 시간의 결이 달라졌다.

목소리와 선율은 번갈아가며 파도를 이루었고,

애잔한 가락은 마음을 적셨으며,

힘찬 리듬은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게 했다.

관객들이 느낀 감동의 본질은 같았다.

서로 다른 장르와 목소리들이 이어졌지만,

결국 그 모든 울림은 한 방향으로 모아져 가슴 깊은 곳을 흔들었다.


노래를 들으며 둘러보니 하늘의 별들이

온통 객석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ㅡ그라운드에 마련된 좌석ㅡ



ㅡ스마트폰 플래시ᅳ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제각기였다

어떤 이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고,

또 어떤 이는 두 손을 머리 위로 흔들며 흥에 겨워 있었다.

낯선 이들이 같은 박자에 몸을 맞추며 웃는 장면은 낯설면서도 따뜻했다.

서로 다른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같은 파도 위에서 함께 흔들렸다.

음악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언어를 뛰어넘는 교감의 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무대의 빛은 어둠을 물리칠 만큼 강렬했다.

음표는 잿빛 하늘을 천천히 물들이며 번져갔다.

낮게 내려앉은 구름은 무대 위의 빛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노래는 파도처럼 이어지고,

함성은 별빛처럼 쏟아졌다.

순간순간 격정과 고요가 교차하며, 와스타디움은 거대한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비에 젖었던 운동장은 이내 열기와 환희로 가득 찼다.


ㅡ축포ㅡ



시간은 흐르고 무대는 변주를 계속했다

하늘이 열리듯 불꽃이 터져 오르며 와스타디움을 잠식했다.

거대한 불길은 공중에서만 번진 것이 아니었다.

관객의 가슴마다 불씨처럼 옮겨 붙어 다시 타올랐다. 회색빛으로 덮여 있던 운동장은 순식간에 수천 개의 빛으로 뒤덮였다.

그 빛이 꺼지고 나서도 가슴속의 불꽃은 여전히 잔향처럼 타올랐다.


돌아오는 발걸음마다 귀 안쪽에서 여전히 노래가 메아리쳤다.

삶을 위로하고, 마음을 흔들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노래.

불꽃은 결국 꺼지고, 노래도 막을 내렸지만,

가슴에 남은 울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여운 속에서 생각한다.


장르와 상관없이

노래는 단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또 다른 빛이라는 것을.

하루의 고단함을 지우고, 희망을 불러내며, 타인의 마음에 닿아 나를 흔드는 힘이 바로 음악이었다.

우리가 모여 함께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결국 삶을 함께 나누는 또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인간은 소리와 떨림 속에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닐지!!!